저축은행이 또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일요일 전격적으로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발표했다. 올 2월 부산저축은행 등의 영업정지 이후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던 당국의 말은 허언이 되었고,예금자들이 분통해 하는 장면들은 다시 뉴스 화면을 장식했다.

이번 사태의 경제적 논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는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정보를 많이 가진 거래 당사자가 그렇지 못한 거래 당사자에게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로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주의를 소홀히 함으로써 보험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자가 주의를 소홀히 했는지에 대해 운전자는 잘 알고 있지만 보험사는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는 여러 차원에서 도덕적 해이가 보인다. 우선 예금자의 차원이다. 금융회사가 지급하는 이자는 위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있다. 따라서 예금자는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 금리와 위험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정 금액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예금자들은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높은 금리를 추구한다. 보험을 들었다고 주의를 소홀히 하면서 운전하는 것처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금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세계대공황을 겪으며 미국에서 생겨나 1933년 입법화되었고,이는 뱅크런의 위험을 잠재우는 데 일정 부분 공헌을 했지만 도덕적 해이라는 또 다른 경제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번째는 저축은행 운영자의 차원이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은 대출과정에서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나 관계사에 대한 집중 대출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예금자들이 이런 대출 관행을 잘 알지 못하는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대출 대상의 차원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PF 대출의 경우 담보가 약하기 때문에 거의 전적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의존해 대출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추진 주체와 대출을 해주는 저축은행 사이에 그 내용에 대한 정보의 차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저축은행 역시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바로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과연 존재 이유에 충실해 왔는지 준엄하게 따져볼 때가 아닌가 한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