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의료기기 제조업체 보템(대표 강문석,오성근).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 15명은 추석이 끼어 있는 한 주(10~18일)를 통째로 쉬었다. 국내외 바이어와의 일을 비롯해 현안을 미리 처리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한 뒤였다. 지난 설에도 1주일 정도의 '황금 휴가'를 즐겼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파격경영이다.

◆'쉴 땐 화끈하게'

보템(VOTEM)은 구성원 서로 간에,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회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2007년 출범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생체신호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환자모니터링시스템'(VP-1000)을 앞세워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목표는 30억원이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휴가제도를 비롯한 복지는 '신이 내린 직장'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명절이 포함된 주를 통째로 쉬는 것은 물론 연차 외 여름과 겨울휴가를 9일씩 쓸 수 있다. 2009년엔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이 대상이던 '주5일 근무'를 조기 도입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박순식 경영 담당 전무는"근무를 위한 근무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퇴직연금보험에 이어 상해보험에도 가입했다. 회사가 직원 이름으로 매월 5만원씩 불입,5년 후 300만원을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올 6월 '일하기 좋은 우수기업'(근로조건우수형)으로 선정했다. 박 전무는 "우수기업에 선정된 이후 회사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우수한 스펙의 학생들이 몰려 뽑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파격 임금으로 성과 공유

임금도 파격적이다. 대졸 초임 연봉이 27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수준이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과 비교하면 최대 1000만원 차이가 난다. 임금이 높은 이유는 강 대표의 '가족론(論)'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비전이 아무리 좋아도 조직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한 직원들을 외면하고 경영진만 배부른 회사가 안 되는 게 목표"라며 "보템은 모든 구성원이 가족처럼 함께 고민하고 즐기며 성장하는 회사"라고 자신했다. 회사가 임직원은 물론 배우자 생일과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주는 것도 그래서다.

해외영업을 맡고 있는 송학준 대리(33)는 이런 임금과 복지제도에 끌려 회사에 '충성'을 맹세한 케이스다. 미국 연수 및 인턴십 등을 통해 어학 능력을 갈고 닦아 통 · 번역까지 가능한 실력파인 그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을 매개로 보템과 인연을 맺었다. 송 대리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여가도 즐기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게 중소기업의 또 다른 매력"이라며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회사에 보탬이 되는 가족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