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컴즈의 보안투자비 축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가 지난해 사업보고서 공모자금 중 보안투자비로 사용하겠다고 정부에 신고한 40억원을 실제로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컴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ㆍ네이트는 지난 7월말 해킹돼 사용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21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SK컴즈는 공모자금 443억원의 자금사용 계획을 신고하면서 전체 금액의 9%인 40억원을 보안에 쓰겠다고 했으나, 실제 자금사용 현황 분석 결과 보안 분야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SK컴즈가 제출한 신고서에는 마케팅에 30억원 (7%)만을 쓰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170억원 (38%)를 집행했다고 이 의원 측은 설명했다. 또 120억원(27%)을 쓰겠다던 서버 구입 계획도 실제로는 186억원 (42%)에 달했다.

이 의원은 "SK컴즈가 고객확보를 위해 마케팅과 서버에는 막대한 돈을 집행하면서 정작 '고객정보보호'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며 "이는 기업윤리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3500만 개인정보 유출은 예고된 재앙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SK컴즈가 현재 고객정보를 외부 업체 3개사(엠피씨, 서비스인, 편리한세상)에 위탁관리하고 있는 것도 확인돼 고객정보 유출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SK하나카드의 고객정보 5만여 건이 내부 직원에 의해 유출됐는데 SK컴즈는 외부 3개 업체에 고객정보를 위탁관리하고 있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며 "고객정보 관리 기관이 많아질수록 위험은 커지지 않겠느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컴즈가 창사 이래 축적한 34건의 연구개발 성과 중에서 보안 관련 성과는 '네이트 온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개발'로 단 한건"이라며 국내 최대 고객정보 보유 회사로서 보안에 과연 관심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SK컴즈는 그러나 "해당 자료는 2003년 당시 계획을 바탕으로 공시된 자료로 지난해 보안투자금액과는 관련이 없다"라며 "공시 규정상 남아있는 자료일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다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공모 자금만으로 보안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며 보안체계 강화를 위해 매년 투자를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컴즈는 지난 16일 올해 보안시스템 투자비가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 26억원으로 4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사실은 4억원 증가했다"고 해명했고 전 의원 측은 "4억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SK컴즈 측이 서면으로 두 차례 제공한 자료 그대로이며 향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