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20일 돌린 A4용지 3장짜리 보도자료가 화제다. 부실 저축은행 비리근절 방안 등을 논의한 이날 전국 특수부장회의 내용 소개가 2장이고,'붙임'이 1장 첨부됐다. '붙임'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강조하는 '스마트수사'에 대한 용어풀이였다.

특정 목표물에 유도되어 표적에 명중하는 'Smart Bomb(폭탄)'과 같이 부패 핵심을 직접 타격하는 수사 시스템.수사기획관실에선 Smart의 S는 Specialization(전문화),m은 Moderation(절제된 수사),t는 Technology(수사의 과학화)를 뜻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싸하다. "한 총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전국 단위 검찰회의여서 총장의 기본적인 수사방침을 설명한 것"이라는 게 대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왠지 한가한 얘기처럼 들린다. 피땀흘려 번 돈을 떼일 위험에 놓인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가슴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기업수사라면 환부만 도려내는 스마트수사,내시경수사 방식이 맞다. 그러나 선거사범이나 뇌물사건 등 지능형범죄 수사는 방식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물증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수사팀에선 "로비스트 박태규 입만 쳐다보고 있으려니…"라며 우는 소리를 하는 판이다. 절제되고 점잖은 수사로는 무리다. 총장 인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한 총장이 최종 낙점된 데는 적어도 스타일리스트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대학 미식축구 선수 시절 허리를 다칠 정도로 열심히 뛰던 저돌성이 필요한 때다.

김병일 법조팀장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