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현 KB證 기업금융본부장 “쇼군본드, 해외 자금조달 대안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쇼군본드는 일본에서 비거주 외국인이 엔화 이외의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의 쇼군본드는 달러로 발행됐다.
한국가스공사의 쇼군본드 발행을 주도한 김성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사진)은 2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쇼군본드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에 대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헤지(hedge·위험회피)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쇼군본드 발행은 국내 공사로서는 처음이었다.
◆“美·유럽발 신용경색…쇼군본드가 대안될 것”
김성현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많아지면서 해외자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미국이나 유럽을 통한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주를 이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자금줄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채 시장을 위축시킨 장본인이 바로 미국과 유럽이고, 미국계나 유럽계 투자자들은 경기침체나 재정위험 우려가 더 높아지면 신흥국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용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계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자들은 지난달 이후 지난 19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2조1555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계 투자자들이 해외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특정지역에 쏠리게 되면 해당 지역에 위기가 왔을 때 급속한 자금회수의 우려가 있다”며 “쇼군본드는 일본에서 달러를 조달해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 해외투자 증가로 발행되는 해외채권의 종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KB투자증권 DCM팀에 따르면 2007년 달러 호주달러 엔화 스위스프랑 유로 홍콩달러 페소 등 7개에서 2008년과 2009년 10개, 2010년 15개로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16개로 조사됐다.
◆“日, 달러 투자 의사 있다…2~3곳 더 추진 중”
그동안 일본계 은행 및 투자자들과 쌓아온 네트워크가 이번 쇼군본드 발행 성공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김 본부장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계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달러투자 의사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스공사의 경우 해외투자가 많아 달러수요가 있기에 쇼군본드 발행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쇼군본드 발행에 있어 KB투자증권의 역할은 투자자와 기업 주선, 그리고 발행조건 조율이었다.
그는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일본도 달러조달이 쉽지는 않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 달러조달비가 낮고, 보유 규모도 많다”며 “다만 일본계 투자자들은 보수적이라 공사나 우량기업, 일본에서 지명도가 있는 기업들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쇼군본드 발행도 신용등급 'AA' 이상의 기업들을 위주로 이뤄질 것이란 판단이다. KB투자증권은 현재 한국가스공사 이후 2~3곳과 쇼군본드 발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쇼군본드는 외화 자금시장의 새로운 조달원”이라며 “다른 증권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쇼군본드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지난 상반기 외화표시채권 발행 및 인수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상반기 누적발행건수가 29건, 규모는 38억61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821%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4위에서 1위로의 도약이었다. 이밖에 회사채 및 ABS, 원화표시 회사채, 외화표시 국내채권 발행 주관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KB투자증권은 한국가스공사 쇼군본드 발행을 계기로 이달 말 노치용 사장을 포함한 주요 영업부서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채권 뿐 아니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방향으로 일본계 투자자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