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기업에 다니는 임모씨(43)는 21일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송금하려다 깜짝 놀랐다. 두 달 전만 해도 3000달러를 환전하려면 310만~320만원이면 됐는데 이날은 350만원 가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기유학 중인 자녀들과 아내가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어 바로 귀국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창구에서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걱정했다.

◆분할 매수하고 적립식 활용을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이번에 환율이 급등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여지는 만큼 달러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외화적립식 통장을 활용해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보유 외화가 많다면 환율이 오른 시점에 맞춰 이를 '고정'시킬 수 있다. 거래은행에서 선물환 계약을 체결해 환변동 위험을 막는 구조다.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선물환 계약은 현재 고정한 환율로 수개월 뒤 환전하는 식이어서 추후 환율이 떨어질 때 위력을 발휘한다"며 "별도 비용도 들지 않는 간편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간 금리 차이 비교할 만

해외 송금이나 여행이 잦다면 외화통장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외화통장을 개설할 때는 주거래은행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금 사정이나 외환 전략에 따라 은행 간 금리 차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이날 현재 1년짜리 외화 정기예금에 연 1.053%(고시금리 기준)의 낮은 금리를 주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은 연 1.639%를 지급한다. 수시로 넣었다 뺄 수 있는 보통예금은 은행별로 연 0.02%에서 0.173%까지 차이난다.

각 은행이 내세우는 '특화 상품'도 노려볼 만하다. 외환은행은 정기예금 이자를 주면서도 만기 때까지 5차례 입 · 출금이 가능한 '하이파이플러스 외화예금'을 판매 중이다. 농협은 고객이 원하는 환율을 지정해 외화를 매입하거나 자동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설계한 '스마트 외화자유적립예금'을 이날 내놓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