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하게 지내냐고요? 반갑잖아요. 서로 희귀동물 접한 것 같아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약칭 국경과) 출신 인맥들의 끈끈한 유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학과의 명칭은 딱 10년간 존재했다. 1985년 무역학과에서 국제경제학과로 개명된 뒤 1995년 경제학부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라는 이름으로 입학했거나 졸업한 사람들은 1970년대 후반 학번부터 94학번까지다. 이제는 금융계와 산업계의 중심축인 30대 후반~50대 중반이다. 학년당 정원이 경제 · 경영학부로는 비교적 적은 규모인 75명인 데다 학과의 존속 기간이 10년에 불과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여의도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최고참인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80학번)를 비롯해 손동식 미래에셋 주식운용부문 대표(83학번),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에쿼티영업그룹 이사(〃),김경모 미래에셋증권 IB담당 이사(84학번),권인섭 동양종금증권 상품기획본부 상무(〃) 등이 단골 멤버다.

1980년대 학번들이 국내 금융사의 주축을 이룬다면 1990년대 학번들은 유학파 출신의 해외 투자은행(IB) 임원들이 많다. 방대호 골드만삭스 상무(90학번)와 박기찬 JP모건 상무(91학번) 등이 대표적이다.

모임이 활발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산업계 인사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주로 증권업계 담당자들과 자주 접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나 IR 담당 임원들이다. 손종원 두산중공업 상무(81학번)와 김상준 웅진코웨이 상무(92학번) 등이 자주 얼굴을 내민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81학번),이철영 한라그룹 회장비서실 상무(82학번),윤석환 일진홀딩스 전략기획실 상무(89학번) 등도 자리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모임에는 자주 참석하지 않지만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대표(79학번)와 장덕수 DS투자자문 대표(85학번),김종훈 리딩투자증권 IB담당 전무(81학번) 등도 같은 과 출신이다.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이남우 BoA메릴린치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전무(82학번),2008년 '좋은사람들'을 인수해 화제를 모은 선물투자 고수 선경래 지앤지인베스트먼트 대표(85학번)도 동문이다.

모임 출석률은 상당히 높다. 평소에 같은 과 출신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학과 출신인 한 증권사 임원은 "동문 모임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할 때마다 평균 50명이 넘게 참석해 적당한 회식 장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과 동문들이 골프모임을 할 때 몇 개 팀을 부킹해놓고도 멤버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하지만 우리의 골프모임 '국경 인비테이셔널'은 10개 팀 정도를 짜놓고 선착순 신청을 받으면 순식간에 마감된다"고 덧붙였다. 이 학과 출신들은 은행과 보험업종에도 꽤 진출해있지만 증권가만큼 모임이 활발하지는 않다.

금융,투자 분야의 임원급들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투자 관련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학과 출신인 한 기업 CFO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주식 블록세일을 진행할 때 증권사에 있는 동문들이 인수자를 물색해주기도 하고,해외 기관투자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