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 20일 미국에서 근거리 무선 통신(NFC)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은 '구글 지갑(Google Wallet)'이란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것만으로 휴대폰을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전자지갑 시장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리는 뉴스다.

기자는 같은 날 경기도 분당의 SK C&C 본사를 찾았다. 구글 지갑 서비스에 들어가는 '신뢰기반관리(TSM)' 솔루션을 개발한 곳이다. 모바일 신용카드의 신청과 발급 · 정지 등을 관리해주고,서비스 제공자의 계정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 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통신사와 금융사,도 · 소매점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 참여업체들이 고객 정보 기밀을 유지하면서 전자지갑을 통한 신용카드,선불카드,쿠폰,기프트 카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기술의 하나다.

구글의 발표로 들뜬 분위기를 예상했지만,직원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반응이었다. 조영호 SK C&C 경영지원부문장은 "미국 최대 선불카드 전문업체인 인컴과 제휴해 내달부터 스마트폰으로 선불카드를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라며 "모바일 결제 기술을 바탕으로 IT 서비스 업체에서 '글로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비전은 글로벌 솔루션 프로바이더"

SK C&C는 삼성 SDS,LG CNS와 함께 국내 IT 서비스 업계의 '빅 3'중 하나다. IT 서비스 업체들의 전통적인 업무 영역은 고객사의 전산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시스템 통합(SI)'과 이를 관리해주는 '유지 보수',이들 분야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아웃소싱' 등이다.

이 회사의 업무 영역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회사 이름을 'Computer & Communication'에서 'Create & Challenge'로 바꾸면서 기존 사업에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영역을 추가했다. 시스템 통합이나 아웃소싱 사업 등은 모두 수주형 사업이다. 일정 기간 동안 사업을 진행한 뒤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식이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전통적 업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솔루션' 개발 · 판매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수주형 사업과 달리 솔루션은 일단 개발해두면 지속적으로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다. 가령 구글 지갑의 사용자가 늘고 이를 통해 결제하는 금액이 증가할수록 TSM 솔루션을 제공한 SK C&C가 받는 대가도 커진다.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과의 협력이 밑바탕이 됐다. SK C&C는 SK텔레콤이 보유한 2500만여명의 고객정보 관리와 마케팅,요금부과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모바일 빌링 솔루션 'NVIOS'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통신 장비회사 '화웨이'와 사업 협력 MOU를 맺었다. 이어 2008년에는 모바일 뱅킹 솔루션 '모바일 온'을 개발,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2009년 개발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코어파이어(corfire)'로 세계 최대 전자지불 결제 업체인 FDC와 손을 잡았다. FDC는 당초 모바일 결제 사업을 검토하면서 IBM의 솔루션을 쓰기로 했지만,IBM이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SK C&C를 찾게 됐다는 후문이다.

◆쇄도하는 기술 공급 문의

FDC와 손을 잡은 뒤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구글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위해 FDC와 제휴를 하면서 SK C&C도 자연스레 이에 참여하게 됐고 구글 지갑의 핵심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업계에 퍼지면서 기술 공급 문의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최대 선불카드 업체 인컴과 제휴를 맺었다. 현재 북미지역 주요 금융 · 통신 사업자와 대형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14년까지 북미지역에서 모바일 결제를 통해 4억달러가량의 누적 매출을 올린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이 같은 사업 등에 힘입어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1조4752억원보다 18.6% 늘어난 1조7500억원으로 잡았다. 내년에 매출 2조원 시대를 열고 2020년까지 매출 6조원을 이뤄낸다는 것이 정철길 SK C&C 대표의 계획이다.

◆인재 유치에 '사활' 걸었다

최근 SK C&C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인재 발굴이다. IT 업계,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진 데다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다고 알려지면서 IT 개발 분야에 대한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모든 IT 업체들이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SK C&C 역시 지난해 200여명 수준이던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400명으로 늘렸다. 선발 인원이 확대된 만큼 인재 영입 활동도 활발해 졌다. 최근에는 전국 대학에서 추천을 받은 재학생과 졸업생 180여명을 회사로 초청해 채용 설명회를 겸한 회사 견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실제 업무 환경을 보여주고 SK C&C에 다니고 있는 대학 선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인재 채용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뽑는 400여명 가운데 25%인 100여명 정도가 외국 인력 또는 외국에서 유학 중인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정철길 대표가 직접 미국에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할 정도로 회사의 관심이 높다. 학력 · 전공 등 이른바 '스펙'을 배제하고 기술력과 실무역량을 갖춘 검증된 인재 확보를 위해 'IT 프론티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인턴십 과정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내 IT 산업을 위한 인재풀을 갖추겠다는 것이 SK C&C의 각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