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것입니다. "

SK C&C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조영호 경영지원부문장(53 · 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기업 성장을 위해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회사의 체질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SK C&C가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무기로 '글로벌 플레이어'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 C&C의 해외 매출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에 전체의 0.52%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6.6%까지 늘어났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글로벌 톱 IT 기업인 구글이 내놓은 전자 지갑 서비스에 핵심 솔루션을 공급했고 내달에는 북미 최대 선불카드 업체인 인컴에서 전자 선불카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와도 모바일 결제 사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 부문장은 "북미시장의 모바일 커머스를 중심으로 내년에는 매출의 1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문장은 1994년 SK글로벌(현재 SK네트웍스)에 입사해 SK C&C 재무 · 총무팀장을 거쳐 SK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등에서 일했다. SK C&C 재무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경영지원부문장과 기업문화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해외 매출액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IT 서비스 업체인 시스템 통합(SI) 업무로 올릴 수 있는 매출도 제한적이고요. 때문에 해외 솔루션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했던 것들이 밑거름이 돼 올 들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결제 부문만큼은 이미 세계 '톱 플레이어'의 자리에 올랐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발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만들어 회사가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

▼솔루션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과거 사례들을 보면 국내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몇 년 뒤 외국 업체가 유사한 서비스나 솔루션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적이 많았습니다. 무료 인터넷 전화가 그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내시장의 반응을 본 뒤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은 규모와 흐름 등이 국내와 많이 다릅니다. 국내에서의 성공이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국내에서 실패했어도 해외에서는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큰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하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모바일 결제만 해도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북미시장에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개발과 기획,마케팅 등을 모두 세계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

▼진출 국가에 따라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국가에 따라 IT 서비스 성숙도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미국 시장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인터넷 분야가 한참 발전 중인 이머징 마켓에는 국내에서 이미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비롯해 통신,금융 등 웹을 기반으로 하는 IT 환경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반면 선진국의 IT 서비스는 국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SK텔레콤과의 협력과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결제를 앞세워 북미 등 선진 국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

▼IT 업계 사람 뽑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는데요.

"그야말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좋은 인력을 뽑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중입니다. 특히 IT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도입해 타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이지만 선발할 때부터 신입사원과 비슷한 수준의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6개월간의 프로그램에선 현장에 투입시켜 실무 업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코딩도 해보고 PM(프로젝트 매니저)이 하는 일도 지켜보도록 하면서 이들이 가진 능력과 열정 등을 지켜봅니다. 90% 이상이 이 과정을 통해 정규 신입사원으로 전환됩니다. 올해 새로 뽑는 400여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20%가량이 이 인턴십 프로그램 출신입니다. '스펙' 중심의 선발을 할 때와 달리 다양한 인재들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합니까.

"IT 산업에서도 컨버전스(융합)가 화두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사람에게도 다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전문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 대한 혜안을 가져야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핵심 인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죠.사원,대리 수준에서는 타사와 비슷하게 기술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지만 과장 이상에선 그동안 성과 등을 고려해 10%가량을 핵심인재풀로 정해 특별한 교육을 시킵니다. 전공이 아닌 분야의 조직 경험도 쌓게 하고 인사,기획,재무 등 경영 부문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경영자가 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현장 전문가로 임원이 될 수 있는 전문 직군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

▼국내 사업의 어려움은 없습니까.

"발주계획서 구체화,현실화가 여전히 이슈입니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공사업 부문에선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술력보다 가격으로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 제대로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이득입니다. SK C&C를 비롯한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이 발주 관행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