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9월 첫째주에만 30건이 넘는 특허침해 소송이 무더기로 제기됐다. 소송의 주체는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었다. 제품은 만들지 않고 특허만 갖고 소송 등을 통해 로열티를 받기 때문에 특허전문관리회사(NPE)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이 갑자기 무더기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과도한 소송을 규제하는 법안의 발효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법안을 고쳐가면서까지 특허괴물에 의한 소송을 규제하려는 이유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최근 보스턴대 연구진은 특허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830억달러(95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회적 비용 점차 증가

보스턴대의 제임스 베슨,제니퍼 포드,마이크 뮤어 교수는 최근 '특허괴물에 의한 개인적,사회적 비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은 특허괴물이 남발하는 소송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1990년 이후 총 500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소송이 급증하면서 4년간 연평균 소송 관련 비용은 830억달러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연구 · 개발비 총액의 75%가 넘는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특허괴물들에 의한 소송 때문에 이익이 감소하는 등 상당한 연구 · 개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대 교수들은 이 비용을 주가 움직임을 통해 계산해 냈다.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당한 직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은 특허괴물이 제기한 1630건에 달하는 특허소송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소송을 당한 직후 사라진 주식가치는 업체당 평균 1억2200만달러에 달했다. 보고서는 "특허소송을 남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재 특허체계는 오히려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격화되는 특허전쟁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한 특허전쟁은 점차 격화되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괴물들의 소송은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3건에 불과했던 애플에 대한 소송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20건이 넘었다. 기업 간 특허전쟁과 특허 매수전도 치열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인 애플과 이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특허가 기술개발의 장벽으로 작용하자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주고 특허 매수에 나서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허전쟁이 치열해지자 특허 관련 소송의 남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업체 간 특허전쟁은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특허 관련 법안은 특허괴물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집단적으로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할 경우 반드시 특수한 공통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특허 소유권자가 다수를 상대로 손쉽게 소송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 특허괴물

patent troll.각국의 특허를 사들인 후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말한다.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허 전문 관리회사(NPE · non-practicing entity)로도 불린다.


김용준/전설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