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상법 개정에 따라 상장회사 등이 내년 4월부터 의무고용토록 한 준법지원인 제도가 또다시 말썽이다. 방대한 상법 개정안에 묻혀 슬그머니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변호사의 직역(職域) 이기주의라는 거센 비판을 들었던 게 준법지원인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제정을 위해 준법경영 TF팀을 구성해 기업과 법조계의 이견을 조율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적용대상을 놓고 법률 분쟁 예방과 비리 감시를 위해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사(940개)는 돼야 한다는 법조계와,부작용이 크므로 2조원 이상(137개)부터 시행해보자는 재계의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결국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지만 현재로선 조율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

논란이 첨예했던 지난 3월에도 기업 부담으로 변호사 일자리를 늘리려는 옥상옥 규제라는 게 대다수 여론이었다. 이미 기업엔 감사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법무실 등 다양한 내부통제 수단이 있는데 굳이 법으로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변호사 1만명 시대에 변호사의 일자리 만들기 입법이란 것이었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했다 다른 개정조항을 감안해 시행령을 통해 문제를 풀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하나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전경련 중기중앙회 상장사협의회 등 5개 단체들이 적용대상을 줄여달라는 공동의견서를 법무부에 냈을 정도다.

이미 통과된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고칠 순 없더라도 준법지원인 제도는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변호사는 사회경험이 없어도 되고,법학교수나 다른 법률전문가는 5년 이상 자격요건을 둔 것부터가 편향된 입법이다. 또 변호사만 고용하면 기업 비리가 예방되고 기업의 의사결정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변호사회의 주장은 법조 만능주의적 발상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고용을 강제하면 밥그릇 챙기기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시비에서 떳떳하려면 적용대상을 줄이고 준법지원인의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마땅하다. 차제에 미국 일본처럼 기업의 준법경영 체제를 강화하되,그 방식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