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최근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대폭 수정했다. 취업을 위해 2년이나 공들인 대학원 졸업 기록을 삭제한 것.

A 씨는 "대학원을 나왔다고 하면, 기업들이 으레 부담스러워해서 아예 대학원 졸업 이력을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B씨의 경우 학력을 줄인 이유가 A씨와 다르다. 공과계열을 전공한 B씨는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실제로 취업을 하려니 관련분야 채용이 너무 드물어 아예 다른 분야에 지원을 희망한 것이다.

취업을 위해 고학력 스펙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는 대학원을 졸업한 구직희망자 254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해 학력을 낮춘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5%가 '학력을 낮춰 입사지원 해봤다'고 답했다.

학력을 낮춘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고학력자는 일부러 뽑지 않을까봐(34.5%) △학력을 낮춰서라도 빨리 취업하기 위해(33.3%)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가 대졸 이하만 채용해서(16.7%) △고학력자 채용부문은 경쟁이 심해서(12.0%) 등을 꼽았다.

'채용에 있어 고학력자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하는가?'라는 설문에는 전체의 82.7%가 긍정했다.

10명 중 8명이 학력에 따른 역차별을 실감하는 것이다.

이 중 49.6%는 '대학원 진학을 후회해 본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이유 역시 취업과 높은 관련이 있었다. 대학원 진학을 후회하는 응답자들은 '대졸에 비해 오히려 취업이 어렵다'(69.8%)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이외에는 △대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이 대학시절과 큰 차이가 없어서(10.3%) △채용시 대학원 졸업자에 대한 우대가 없어서(5.6%) △신입으로 취업하기에 나이가 많아서(3.2%) △대학원 학비가 많이 들어서(2.4%) 등의 이유가 순위를 이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