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업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 양산에 돌입했다.

20나노급은 30나노급과 동등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40% 가량 적고 회로 선폭(간격)이 좁아져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50% 가량 높아져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업체들을 가격 경쟁력으로 따돌리고 세계 1위 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2위인 하이닉스는 현재 30나노급 D램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올해 말 20나노급의 개발을 완료, 내년 초께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3위인 일본의 엘피다는 올해 7월 20나노급 D램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샘플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삼성전자는 최근 완공한 경기도 화성 16라인에서 공장 가동식과 함께 20 나노급 D램 양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가동식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권오현 DS총괄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대부분 참석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복귀 후 이 날 가동식을 가지는 반도체 16라인 기공식 현장을 첫 방문지로 삼은 데 이어, 가동식까지 참석함으로써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라인이 가지는 상징성과 세계 첫 20나노급 양산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 회장이 가동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 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삼성에도 기회가 오고 우리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11조원, LCD패널 5조원 등 시설투자 16조원과 연구ㆍ개발 투자 8조원 등 26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8월 반도체 사장단과의 오찬에서는 "D램의 뒤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메모리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시장 리더십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동식에서도 이 회장이 반도체 시장의 불화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내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해 5월에 착공해 1년 3개월 만에 가동에 들어간 화성 16라인은 라인면적(FAB: 반도체 제조공장) 약 6만평
규모의 12층 건물로 모바일용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양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생산라인이다. 올해 2월 건물을 완공해 5월 클린룸 공사를 마쳤고 6월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가 8월에 양산 체제를 갖췄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