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판 가로수길로 바뀌고 있습니다. 땅값은 2년 새 두 배까지 올랐고요. "(김욱성 타임부동산컨설팅 사장)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6호선 상수역 사이 이면도로가 신흥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대 근처의 카페 옷가게 갤러리 등이 싼 임대료를 찾아 줄줄이 옮겨 온 결과다. 단독 · 다세대주택 등의 1층을 상가로 리모델링해 세를 놓으면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땅값도 급등세다.

◆강북판 가로수길로

22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합정역 이면도로에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하나둘 새 점포들이 문을 열더니 이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상가다. 최근엔 이면도로와 이어지는 골목길로 상권이 확장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주차장,공사 중인 건물들이 끼어 있어 상권이 완성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현재 추세에 비춰 상업지역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곳에선 주택을 상가로 바꾸거나 고깃집 등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하는 고급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3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는 "기존 점포가 업종을 바꾸면서 동네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옮겨 오는 홍대 상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홍대앞 상권이 팽창하면서 임대료가 비싸진 점이 합정역 인근에 상권이 형성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동의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가로수길로 옮긴 것과 비슷하다.

홍대 상권을 유흥업소가 장악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홍대 앞은 인디문화가 발달한 곳이지만 먹고 마시는 상권으로 변하면서 갤러리,옷가게,디자이너 사무실,음악 스튜디오,춤 연습실 등이 밀려났다는 설명이다. 합정역 인근에 여성 의류점을 준비 중인 민덕기 씨는 "홍대 앞도 염두에 뒀지만 시끄럽고 손님과 대화할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이 많아 리모델링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세입자가 있는 다세대 · 다가구와 달리 집주인만 결정하면 바로 상가로 바꿀 수 있다.

◆매매가 2년 새 두 배 껑충

상권 발달로 땅값과 임대료가 뛰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2,3년 전 3.3㎡당 2500만~3000만원이던 도로변 주택가격은 45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33㎡(약 10평) 점포는 같은 기간 보증금 1000만원,월세 80만원에서 보증금 1000만~2000만원,월세 120만~130만원으로 올랐다. 행운공인 관계자는 "목 좋은 곳의 보증금은 4000만~5000만원"이라며"가게 주인이 바뀔 때마다 임대료가 오른다"고 전했다.

상가 거래물건은 월 10건 정도에 그친다. 집주인들이 지역 토박이여서 떠나고 싶어 하지 않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많아 매물은 많지 않다. 정송해 퍼스트공인 실장은 "주거여건 악화를 우려해 1층에 세를 놓는 것을 꺼리는 집주인이 상당하다"며 "공급이 적어 중개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근/박한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