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홍그리버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마릴린 먼로는 사춘기 때 하루 열댓 번씩 세수를 했다. 더 예뻐지기 위해서였다. 훗날 화장하는 데도 매일 대여섯 시간씩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미모에 대한 열망이 병적이다. 그렇다고 먼로를 나무랄 것도 없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선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통 TV를 점령한 꽃미남,S라인 미녀들로 정신사납다고 투덜대다가도 속으론 "참 늘씬하고 예쁘다"고 감탄하곤 하니까.
요즘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리스 여성시인 사포는 이미 기원전 600년 무렵 꽤나 도발적인 말을 남겼다. "예쁘면 다 착하다!" 플라톤도 "아름다움은 사랑의 첫 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라고 했다. 고대 이집트에선 알칼리성 흙을 머리카락에 바른 후 이를 나무 봉으로 감아 웨이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미모를 추구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 증거들이다. 의사이자 과학저술가 울리히 렌츠는 '아름다움의 과학'이란 책에서 미는 하나의 권력이라는 파격적 주장까지 편다. 잘생긴 종업원은 팁을 더 많이 받으며,매력적 여자는 접촉사고를 내고도 욕을 덜 먹는 게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인간의 이런 특성상 성형이 유행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몸과 터럭과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손상시키지 않는 게 효의 시작(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이란 공자의 가르침을 내세워도 소용없다. 코를 높이고 턱을 깎아내며 주름살은 당겨 올리는 수술을 거리낌없이 하는 시대다. 코 입술 눈 피부 등 '부위별 미인 랭킹'까지 등장했다. 이젠 외모가 자기만의 디자인 영역이자 표현수단쯤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눈썹 문신이 화제다. 인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의 짙고 검은 눈썹과 닮았다고 해서 '홍그리버드'란 별명도 얻었다. 눈썹 문신은 이미 10여명의 의원이 했을 만큼 정가에서 유행인 모양이다. 머리카락을 심고 얼굴에 보톡스를 맞은 의원도 적지 않다. 얼마전엔 피부를 재생시킨다며 단체로 줄기세포 시술까지 받았단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라 이해는 간다. 총선 대선을 앞둔 정치시즌이기도 하다. 다만 주문이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정치행태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거다. 의원들은 눈썹과 피부만 고쳐도 충분한지 모르지만,정치판에 꼭 필요한 건 전신성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요즘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리스 여성시인 사포는 이미 기원전 600년 무렵 꽤나 도발적인 말을 남겼다. "예쁘면 다 착하다!" 플라톤도 "아름다움은 사랑의 첫 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라고 했다. 고대 이집트에선 알칼리성 흙을 머리카락에 바른 후 이를 나무 봉으로 감아 웨이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미모를 추구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 증거들이다. 의사이자 과학저술가 울리히 렌츠는 '아름다움의 과학'이란 책에서 미는 하나의 권력이라는 파격적 주장까지 편다. 잘생긴 종업원은 팁을 더 많이 받으며,매력적 여자는 접촉사고를 내고도 욕을 덜 먹는 게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인간의 이런 특성상 성형이 유행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몸과 터럭과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손상시키지 않는 게 효의 시작(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이란 공자의 가르침을 내세워도 소용없다. 코를 높이고 턱을 깎아내며 주름살은 당겨 올리는 수술을 거리낌없이 하는 시대다. 코 입술 눈 피부 등 '부위별 미인 랭킹'까지 등장했다. 이젠 외모가 자기만의 디자인 영역이자 표현수단쯤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눈썹 문신이 화제다. 인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의 짙고 검은 눈썹과 닮았다고 해서 '홍그리버드'란 별명도 얻었다. 눈썹 문신은 이미 10여명의 의원이 했을 만큼 정가에서 유행인 모양이다. 머리카락을 심고 얼굴에 보톡스를 맞은 의원도 적지 않다. 얼마전엔 피부를 재생시킨다며 단체로 줄기세포 시술까지 받았단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라 이해는 간다. 총선 대선을 앞둔 정치시즌이기도 하다. 다만 주문이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정치행태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거다. 의원들은 눈썹과 피부만 고쳐도 충분한지 모르지만,정치판에 꼭 필요한 건 전신성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