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희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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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화재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 한강로 재개발 제4구역 경계선 끝자리에 대중목욕탕이 하나 있다. 나는 10년 가까이 그곳에서 이발을 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도 여느 때와 같이 허름한 의자에 앉아 먼저 온 손님의 이발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사람의 이발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일흔이 훨씬 넘은 이발사 할아버지는 창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으로 이발을 끝냈고 이제 내 차례가 됐다. 실내가 워낙 어두웠기 때문에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조그만 촛불 하나를 들고 옆에 계셔서 겨우 내 이발을 마쳤다. 나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주신 것이다.
두 분 할아버지는 똑같은 말을 했다. "촛불 켜고 이발한 건 내 평생 처음입니다. " "저도 처음입니다. "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머리를 잘 깎아준 이발사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어두워서 머리를 다소 잘못 깎았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딴 데서 갑자기 불이 나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수술실에서 불이 나간다면? 공장에서는? 지하 사무실에서,음식점에서는? 걱정스러운 곳이 한두 군 데가 아니었다.
얼마 전 구제역에 시달리던 한 축산농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의 말이 가슴을 억눌렀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우유 값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걷어 치워버리고 싶습니다. 정부고 누구고 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숙였다. 국회의원으로서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정치는 '국민들의 욕구 충족을 목표로 이뤄지는 권력의 사회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정치만이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면 현상을 유지할 수도 없다. '바람직한 정치'는 국민들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보장해줘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항상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정치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정치의 터전에는 정파 간,계파 간 대립만이 버티고 있다. 양보와 타협이 실종된다면 의회주의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정치의 복원이야말로 '희망의 정치'로 가는 길이다. '희망의 정치'는 1950~1960년대에 우파사회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실현돼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효율적 정치 체제를 구축해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대학등록금 비정규직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정확한 상황판단,신속한 결단,과감한 반전'이 행해져야 한다.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지체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국민의 시간과 정치인의 시간이 어긋난 지도 오래다. 이러한 간극부터 좁혀야만 국회의원으로 고개 숙이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희망의 정치,새 날을 기대할 수 있다.
진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
일흔이 훨씬 넘은 이발사 할아버지는 창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으로 이발을 끝냈고 이제 내 차례가 됐다. 실내가 워낙 어두웠기 때문에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조그만 촛불 하나를 들고 옆에 계셔서 겨우 내 이발을 마쳤다. 나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주신 것이다.
두 분 할아버지는 똑같은 말을 했다. "촛불 켜고 이발한 건 내 평생 처음입니다. " "저도 처음입니다. "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머리를 잘 깎아준 이발사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어두워서 머리를 다소 잘못 깎았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딴 데서 갑자기 불이 나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수술실에서 불이 나간다면? 공장에서는? 지하 사무실에서,음식점에서는? 걱정스러운 곳이 한두 군 데가 아니었다.
얼마 전 구제역에 시달리던 한 축산농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의 말이 가슴을 억눌렀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우유 값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걷어 치워버리고 싶습니다. 정부고 누구고 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숙였다. 국회의원으로서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정치는 '국민들의 욕구 충족을 목표로 이뤄지는 권력의 사회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정치만이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면 현상을 유지할 수도 없다. '바람직한 정치'는 국민들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보장해줘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항상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정치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정치의 터전에는 정파 간,계파 간 대립만이 버티고 있다. 양보와 타협이 실종된다면 의회주의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정치의 복원이야말로 '희망의 정치'로 가는 길이다. '희망의 정치'는 1950~1960년대에 우파사회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실현돼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효율적 정치 체제를 구축해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대학등록금 비정규직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정확한 상황판단,신속한 결단,과감한 반전'이 행해져야 한다.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지체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국민의 시간과 정치인의 시간이 어긋난 지도 오래다. 이러한 간극부터 좁혀야만 국회의원으로 고개 숙이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희망의 정치,새 날을 기대할 수 있다.
진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