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노인이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강보험 인구 4913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506만2000명으로 전체의 10.3%에 달했다. 올 상반기 이들의 진료비는 7조5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 22조5300억원의 33.2%를 차지했다. 노인이 진료비를 세 배나 쓴다고 해서 이를 시비 삼을 생각은 없다. 노인이 되면 병원 갈 일이 많아진다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이런 추세가 갈수록 가속화된다는 데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20년 노인 진료비 비중이 전체 진료비의 38%, 204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바로 건강보험 적자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건강보험에서 노인 비중이 10%를 넘을 경우 재정부담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건보재정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한 건보 적자규모가 2015년 5조원, 2020년에는 1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의료비 증가를 건보료로 메우려면 2020년에는 지금의 두 배가량을 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건보 체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인들이 의료쇼핑을 하듯이 부담없이 여러 병원을 다닐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건보재정 파탄도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의료수요가 높은 노인층을 무작정 몰아낼 수만은 없다. 별도의 고령자 의료보험 도입 등 노인건강보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동시에 고질적인 약값 거품과 과잉진료, 의료비 과다청구를 포함한 제약사 병원 환자 모두의 모럴해저드 방지를 위한 건보시스템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지금과 같은 허술한 건보 관리체계 개선을 전제로 한 건강보험료 현실화 역시 필요함은 물론이다. 무상의료까지 정치공세의 메뉴가 되는 상황이다. 전국의 병상이 초고령 노인들로 만원이 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