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22일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속도의 문제지,환율 수준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 · 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200원대를 넘볼 만큼 빠르게 올라가는데도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가 31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도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칫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 변동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과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섣부른 개입이 화를 키운다는 게 그동안의 학습효과"라며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초기 단계에 개입해 '실탄'을 낭비할 경우 정작 필요한 시점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는 공기업을 통해 시장에 달러를 풀거나 조선업체 등 대기업에 창구지도 형태로 환율을 진정시킬 것을 주문하지도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달러 강세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위기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만큼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출국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신제윤 재정부 1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제금융시장을 면밀히 주시하라고 지시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박 장관이 신 차관에게 직접 전화를 해 어떤 방향이든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제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