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난코스였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맑고 쾌청한 날씨였지만 선수들은 줄줄이 오버파를 양산했다.

지난 사흘간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것과 달리 22일은 플레이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그래도 제33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KLPGA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첫날 언더파는 출전 선수 106명 가운데 단 4명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어려운 코스에 쩔쩔매며 예상대로 줄줄이 오버파를 양산했다.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트룬CC는 '난코스 설계가'로 유명한 로버트트렌트존스(RTJ) 주니어가 디자인했다. RTJ의 손을 거치면 US오픈을 치를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그를 '오픈 닥터'라고 부른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알펜시아는 국내 골프장 중 가장 어려운 곳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2번홀(파3)은 그린 왼쪽에 벙커,오른쪽에 해저드가 있으며 그린에 오르더라도 벙커와 해저드로 흘러내려가도록 돼 있다.

김하늘과 정연주는 나란히 이 홀에서 왼쪽 벙커에 티샷이 들어가며 더블보기를 했다. 김하늘의 두 번째샷은 그린 위로 올라서는 듯했으나 뒤로 굴러 다시 벙커에 빠졌다. 간신히 3온을 해 2퍼트로 마무리했다.

정연주가 벙커에서 친 샷은 그린에 올라섰으나 내리막을 타고 구르더니 반대편 해저드 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다행히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지만 세 번째 친 샷이 다시 그린을 넘어 반대편 벙커쪽으로 굴러갔다. 정연주는 에지에서 퍼터로 네 번째샷을 홀에 붙여 '더블파'를 면했다.

2번홀에서 버디는 단 8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이상을 한 선수는 27명에 달했다. 안신애는 7타를 치기도 했다. 3번홀(파5)도 선수들을 괴롭혔다. 파5홀임에도 불구하고 버디는 5개에 그쳤다. 김초희와 강민주는 9타를 쳤고 남수지와 최유림은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러프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장지혜는 12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진 뒤 웨지로 레이업샷을 시도했으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다시 깊은 러프에 빠지며 보기를 범했다.

'공포의 홀'이었던 17번홀도 선수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티가 앞당겨지면서 우드로 티샷을 했으나 그린과 멀어져 별로 쉬워지지 않았다.

조아람은 17번홀 티샷이 오른쪽 해저드에 빠져 1벌타를 받고 레이업을 한 뒤 50야드를 남기고 친 네 번째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 '이글 같은 파'를 세이브하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평창=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오픈 닥터' 손 거친 난공불락 코스…언더파는 고작 4명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