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 폭등에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은 환차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울상이다. 수출업체들은 단기적으로 환차익을 기대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침체가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환율 상승 기름값 반영 '딜레마'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름값도 들썩일 조짐이다.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가격 압박으로 환율 상승분을 기름값에 반영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환율이 기름값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4월 초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ℓ당 197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이미 확인됐다. 최고치를 기록한 2주 전인 3월 넷째주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9.64달러,환율은 1124원48전이었다. 지난주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2.17달러,환율은 1094원83전이다. 국제 유가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달 말이나 10월 초 ℓ당 2000원이라는 휘발유값 '저지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마진을 줄이는 것이 한계에 이른 만큼 정부도 유류세 인하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구입용 달러 확보 '부담'

원료 구입 등으로 하루에 3000만~4000만달러 안팎을 결제하는 포스코는 달러 보유량이 급감해 재무팀이 추가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비는 늘고 있는 반면 철강시황 악화로 수출 대금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와 유류 도입에 따른 외화 부채가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640억원,76억원의 비용을 각각 더 부담하게 된다.

전자,조선업계는 환율 급등에 덤덤하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은 해외 생산과 수입 부품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효과가 크지 않다. LG전자도 환헤지 비율이 높아 환율 덕을 볼 일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박수주 계약 때마다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하는 조선업계 역시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환헤지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 업체들은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경영 전략상 매도 시점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각각 매출의 60%,67%가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경우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중고'

환관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가전제품 외장강판 생산업체인 D사 사장은 "추석 전까지만 해도 환율이 계속 떨어져 환헤지를 걸어뒀는데 폭등세로 돌아서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담요 생산업체인 W사 관계자는 "올 들어 원자재값이 30% 올랐지만 수출가에는 전혀 반영하지 못했고 바이어들의 주문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장창민/정인설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