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세계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에 급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닷새째 상승하며 1200원을 눈 앞에 뒀다.

23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9.68포인트(4.98%) 떨어진 1710.87을 기록하고 있다.전날 미국 증시는 미국중앙은행(Fed)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과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 등 유럽 일부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상황이 나타나는 등 재정위기 우려가 가중되면서 3% 넘게 급락했다.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가 부족하다는 실망이 번졌고, 선진국 금융위기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 위축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부진한 중국 제조업지수도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730선으로 후퇴해 장을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팔자'에 낙폭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이 이틀째 매수 우위로 143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기관도 12거래일 만에 태도를 바꿔 1910억원의 매도 우위다. 개인은 3688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장 초반 매수 우위를 보였던 프로그램도 베이시스 악화로 1090억원의 '팔자'로 돌아섰다.

전업종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철강금속 건설 의료정밀 등의 낙폭이 크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경기방어주인 SK텔레콤을 빼고 대부분 내림세다.

코스닥지수도 4.94%의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와 환율 급등으로 항공과 여행주가 주가 하락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각각 8%와 5% 급락 중이다. 코스닥시장의 자유투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은 6~12%의 내림세다.

원·달러 환율은 닷새째 상승해 1190원대로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65원 오른 1192.4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보다 15.2원 오른 1195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이내 1150원까지 속락했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나타내다가 다시 1190원대로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성 달러매도가 있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추정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대로 올랐던 주가에 세계 경기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두려움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기회복 둔화와 유로존 재정위기 등 당분간 세계 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란 것이다.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1700~1900선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다만 1700선이 깨지기는 힘들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지수 1650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라며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황이고, 국내 펀드로도 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유동성 측면에서 1700선 이하에서는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