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사상 유례없는'물폭탄.' 올여름은 유난히 견디기 힘든 기상이변이 잦았다. 전 세계적으로 장마와 가뭄 폭염 등 이상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농산물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발 신용 불안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금융시장에서 전방위적인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분위기가 누그러진 후에는 수급 불안 우려가 부각되며 농산물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동안 잦아들었던 '라니냐'(La Nina ·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이상 해류현상)가 4분기 이후 다시 세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 대안으로 농산물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농산물펀드 수익률 선전

올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손실폭이 평균 -17.36%(22일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1.69%로 선전하고 있다. 작황 우려에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실제 대표 농산물인 국제 옥수수 가격은 작년 말 대비 20% 가까이 뜀박질했다.

개별 펀드의 수익률도 양호하다. 농산물 지수를 추종하는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A'는 연초 이후 5.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A'와 '마이스타셀렉션A'는 각각 1.73%와 1.22%의 성과를 올렸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기상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반면 인구 증가로 곡물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그간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산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농산물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산량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에 바이오에너지 산업 성장에 따른 수요가 더해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농산물 펀드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배경이다.


◆가격 반등 대비해야

이달 들어 주요 농산물 가격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품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간 탓이다. 장기 전망은 밝지만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등 경기 민감재에 비해 가격이 덜 빠질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농산물 가격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4분기 이후 라니냐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할 경우 농산물 가격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 겨울과 내년 상반기에 걸쳐 북반구에 라니냐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도 라니냐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라니냐 현상이 나타났던 작년 4분기 농산물 펀드는 평균 16.20%의 수익을 올려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3.50%)을 4배 이상 웃돌았다. 올 1분기에도 농산물 펀드 수익률은 테마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농산물 펀드는 가격 등락에 따른 수익률 변동폭이 크다는 점에서 분산 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10~20%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