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쌍둥이 경제위기'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그 안에서도 경중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프랑이 안전자산 지위를 상실한 가운데 금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미국채와 달러로는 자금이 계속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대거 달러화와 미국채 등으로 몰리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연 1.77%로 194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물 미국채 금리는 하루 새 연 3.24%에서 2.82%로 곤두박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은 많지만 외환시장에 안전자산이라고는 달러화와 엔화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78.06을 기록,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엔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유일하게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두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거래하기 편한 데다 두 국가가 유동성이 풍부한 채권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던 스위스프랑은 통화가치가 유로화에 연동된 뒤 매력을 상실,달러화에 대해 1%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한때 '알짜배기' 통화로 꼽히던 노르웨이 크로네와 스웨덴 크로나도 달러 대비 2%가량 값이 하락했다. 북유럽 통화와 캐나다달러,호주달러,싱가포르달러 등이 안전자산군으로 분류돼 왔지만 통화발행국의 경제 규모가 작고,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탓에 안전자산에서 탈락했다.

금 가격 역시 약세를 보였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한때 전일 대비 2.78% 하락한 온스당 1693.20달러를 기록,온스당 1700달러선이 무너졌다. 달러화 강세에 일부 투자자들이 그동안 금값이 너무 오른 점을 감안,수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