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초고층 빌딩] 9·11 '비행기 테러' 악몽…빌딩 연쇄붕괴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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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 있는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납치된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로 붕괴되면서 3000여명의 인명피해와 1조2000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WTC는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됐지만 비행기 충돌과 연쇄적인 비행기 연료 폭발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전문가들은 하중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초고층 건축물의 충격 하중과 연쇄 붕괴에 대비한 설계와 시공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 구조시스템 개선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진행 중인 것은 건물 구조시스템 개선이다.
일반적으로 고층건물은 엘리베이터실이 있는 코어와 단단한 기둥으로 구성된 외부 골조로 구성된다. 바람과 같은 수평하중에 저항하기 위해 건물 외부 골조에 작은 기둥을 촘촘히 배치해 힘의 분산을 용이하게 해주는 외주튜브(PerimeterTube),분리돼 있는 기둥을 단단하게 연결해 하나의 기둥처럼 일체화시키는 아웃리거(Outrigger),여러 기둥을 하나로 모은 것과 같이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게 큰 기둥을 외곽에 배치하는 메가컬럼(Mega-column) 등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충돌이나 화재 등으로 기둥이 소실됐을 때 기둥이 받는 힘을 다른 부분으로 분산시켜 급격한 연쇄 붕괴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엔 첨단 구조해석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구조시스템 및 재료적인 특징을 반영한 붕괴 메커니즘을 연구해 초고층 건물의 안전성을 검증한다.
◆폭탄테러 막자…부분보강 설계
폭발물로부터 초고층 건물 전체가 붕괴되지 않도록 기둥 등 주요 부분을 보강하는 설계법도 적용되고 있다.
폭탄 테러 발생 때 하중을 많이 받는 저층 기둥이 파괴되더라도 초고층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부분 부분에 단단한 보를 설치해 상부층 변형을 줄임으로써 건물 전체가 붕괴되지 않도록 한다.
건물의 중요도나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해 폭탄 차량 테러에 취약한 경우에는 건축물과 도로 사이에 일정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거나 차량이 직접 건물에 닿지 못하도록 방지 시설물을 세운다. 폭발물에 강한 스테인리스강과 티타늄 같은 소재를 이용하는 재료적인 시도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영규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초고층 건축물은 그 나라의 경제와 기술 수준을 대표한다"며 "테러나 자연재해로 초고층 건축물이 연쇄 붕괴하면 소중한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큰 상처를 준다"고 강조했다.
◆공기공급시스템도 보완
'그라운드 제로'라는 이름이 붙은 WTC 빌딩이 있었던 자리에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프리덤타워가 건설되고 있다. 프리덤타워는 WTC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3D 모델링을 활용한 설계를 통해 충돌이나 폭파시 하중을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방화 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밀도가 높고 접착력이 강한 방화재가 함유된 콘크리트를 적용한다. 건물 보안을 위해 도로에서 약 27m 떨어져 건물을 짓고 건물 최상부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공기공급시스템 신기술도 적용한다.
주 교수는 "WTC 붕괴는 초고층 건축물에 발생 가능한 이상 하중에 대한 경각심을 경고한 사례"라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한 초고층 건축물 건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