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이 또 다시 연기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STX그룹의 입찰 참여 포기로 SK텔레콤 한 곳만 인수 후보자로 남게 돼 그런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외환은행이 다음달 24일 본입찰까지 희망업체를 추가로 받기로 한 것도 어떻게든 단독입찰을 피해 유효경쟁을 성사시켜 보려는 의도임은 두 말할 게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3의 인수 후보자가 나설지는 의문이다. 2009년 1차 매각 때는 효성이 단독으로 나섰다가 중도에 물러났고 심지어 같은 해 2차 매각 때는 인수하려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흥행이 안되는 것은 반도체사업이 수조원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전략사업인데다 글로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워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 매각하건 국내에서 복수의 인수 후보자를 찾는 것은 난제라는 얘기다.

하이닉스가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들어간 지 올해로 10년이다. 이 회사가 숱한 고비를 넘긴 끝에 간신히 경영정상화를 이뤄 세계 2위의 반도체회사로 자리잡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앞날은 전혀 예측불허다. 일본 대만 같은 경쟁국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반도체발 태풍을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하이닉스는 올해 말 20나노 D램반도체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처지다. 채권단은 기존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했지만 빨리 주인을 찾아주지 못하면 다시 자금을 댈 수밖에 없다.

채권단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혹여 단독입찰은 곧 특혜라는 인식에서 그런 것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하이닉스는 공기업도 아니다. 매각이 더 늦어지는 것은 외국업체만 좋은 일 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