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제3차 거시정책협의회를 갖고 "과도한 외환시장의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계부채 동향 등 부문별 위기대응 능력도 긴급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환보유액 3110억달러

정부는 현재 311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위기 시 외환유동성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예컨대 국내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 800억달러 가운데 단기에 빠질 수 있는 주식은 30%인 240억달러 정도다. 다른 변수 등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년 전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였다.

그러나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이 현실화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차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존 중국(300억달러) 및 일본(130억달러)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미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기업들의 외환보유액을 동원하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다시 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외채 상태도 2008년에 비해 훨씬 낫다.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9월 말 51.9%에서 지난 6월 말 37.6%로 14.3%포인트 떨어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같은 기간 79.1%에서 49.2%로 29.9%포인트 하락했다.

◆재정은 선거가 변수

나라살림인 재정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2009년 -4.1%에서 지난해 -1.1%로 개선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8.2%에서 -7.7%로 개선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정부는 균형수지 달성 시기를 2013년으로 앞당겨 재정 건전성 강화에 더욱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지난해 -2.0%를 기록한 GDP 대비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제외)를 내년에는 -1.3~-1.0% 수준으로 낮추고,2013년에는 0% 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올해 35.1%로 예상되는 GDP 대비 국가채무도 2013년에는 30%대 초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 건전화 계획이 예정대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복지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 체력인 재정이 취약해지면 대외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가계부채는 큰 부담

가계의 기초 체력은 3년 전보다 악화됐다. 2008년 9월 말 676조원이던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6월 말 876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09년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로 미국(132%) 일본(130%)보다 높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줄어들었으나 마이너스통장 등 일반 대출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생활비 명목의 대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더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서욱진/주용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