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서 일부 대주주나 임직원에 의한 사전 부당 인출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부실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검사에서 인출 경위를 점검한 뒤 부당 인출로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와는 별도로 경영진단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난 저축은행 10여곳을 추가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8월29일~9월18일 인출분 조사

권혁세 금감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대주주의 사전 인출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런 인출이 극소수 있었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영업정지 대상임을 해당 저축은행에 통지한 지난달 29일부터 20일간 대주주나 일부 임직원이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영업정지 가능성을 미리 알려 돈을 인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얘기다. 권 원장은 "향후 부실 책임을 검사할 때 확실하게 추가로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부당 인출 의심 사례는 영업정지 대상 은행에 파견한 감독관들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사전인출 규모는 현재 16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에서도 일부 임직원이 지인에게 영업정지 가능성을 미리 알려 예금이 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금감원은 당시 해당 저축은행 임직원들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당국,10여곳 추가 고발 방침

금감원은 최근 검찰에 고발한 11개 저축은행 외에도 앞으로 10곳 이상의 저축은행을 추가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법，외부감사에 관한 법，금융실명제법 등을 위반했거나 현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 추가 고발 대상에 올랐다. 모두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곳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불법 행위가 드러난 곳은 10곳이 훨씬 넘는다"며 "11곳 외에도 상당수 고발 대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분류를 잘못해 발생한 분식회계가 가장 많았고 신용공여 한도나 동일인 여신 한도 위반，출자자 대출 등도 있었다"며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 저축은행은 2006~2007년 재개발사업이 진행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로 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급속 악화

금감원은 이날 국정감사 자료에서 6월 말 현재 98개 저축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은 17.5%로 지난해 말(10.8%)에 비해 6.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저축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규모는 14조8404억원으로 1년 만에 8조1446억원이나 늘었다. 동시에 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3252억원으로 1년 만에 4조6377억원 감소했고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6.3%로 지난해 말(9.1%)에 비해 2.8%포인트 악화됐다.

한편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촉발된 예금 인출이 큰 고비를 넘기는 모습이다. 전체 91개 저축은행에서 지난 22일 하루 동안(오후 4시 기준) 532억원이 빠져나갔지만 23일 같은 시간에는 262억원이 들어왔다. 모회사의 영업정지 여파에 시달리는 토마토2저축은행은 여전히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오후 4시 현재 유출 규모는 전날 268억원에서 19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류시훈/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