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형 M&A 자제…현대重, 인도공장 착공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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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기 심상치 않다"…기업들 비상경영 시동
한진해운, 4720억 유상증자…정유업계 환위험 관리 착수
지출 줄이고 투자 속도조절…내년 사업 '긴축 모드'로
한진해운, 4720억 유상증자…정유업계 환위험 관리 착수
지출 줄이고 투자 속도조절…내년 사업 '긴축 모드'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불요불급한 M&A(인수 · 합병)를 당분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 및 실물경기 침체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는 만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수준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안정적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포스코그룹 일부 계열사는 외국기업 인수 프로젝트 1~2건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했던 글로벌 경제위기 재발이 현실화하면서 산업계가 대비책 마련에 비상이다. 이건희 삼성,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이 직접 해외 시장을 점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대기업들도 앞다퉈 M&A 자제와 국내외 공장 신 · 증설 보류 등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외화 거래가 많은 정유사는 환위험 관리에 착수했다. 주요 기업들은 매일 전 세계 판매량을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현금 확보하고 투자 조절
대기업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상황이 급변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징후가 완연한 만큼 비상경영에 준하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사업계획은 다시금 '긴축 모드'로 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올초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전역에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인도 생산기지 착공 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설비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TV 수요 부진의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충남 탕정사업장의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고 지난 5월 착공식을 가진 중국 쑤저우 7.5세대 LCD 공장 완공 및 본격 가동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경기 파주의 8세대 라인(P9)에 장비를 반입하는 것 외에 신규 라인을 짓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중국 광저우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장 착공도 계속 늦추고 있다. 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한 것도 세계 경제의 불안을 의식해 대규모 투자를 중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자금확보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47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고 앞서 대한항공은 5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조짐인 반면 안정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은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되살아나는 '비상경영'시스템
하루가 다르게 분위기가 가라앉는 시장상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해외를 찾는 기업인들도 줄을 잇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경영 구상과 글로벌 경제위기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 등을 찾을 계획이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주 초부터 미국시장 점검에 나섰다.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진들과 함께 체코와 슬로바키가 현지공장을 방문해 현장상황을 돌아봤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경기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비상체제를 가동중이다. 양승석 사장은 "7월 중순 해외본부장 회의를 할 때만 해도 걱정을 안했는데 8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전 세계 판매량을 매일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일반 경비 등을 20~30% 절감하기로 한 데 이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달러 결제가 많은 정유업계는 환(換)위험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선물환이나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통해 환헤지에 나섰고 GS칼텍스는 내부적으로 환위험 허용 한도 설정에 들어갔다. 외화부채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김수언/장창민/최진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