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는 또다시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재정위기가 은행 신용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인 탓이다.

그간 안정적이었던 원 · 달러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과거 환율 급등은 주가 하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외 경기 침체나 금융시장 불안하면 환율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환율이 오르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투자 수익률은 떨어져 주식 순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한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기에는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증시 전반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지만 업종과 종목에 따라서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상승 수혜주로 분류된다.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화 환산 이익이 증가해 수요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철강주와 유류비 부담이 증가하는 항공주는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화 유동성 악화가 우려스러운 은행주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