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7곳이 지난 18일 영업정지를 당했다. 물론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받는 것을 알지만 '이제 저축은행에 돈을 넣는 것은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책금리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반기보다 올랐지만 시중 금리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세계 경제가 불안한데도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거액의 돈을 맡겨도 연 이율이 3%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돈 굴릴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이들에게 금융 전문가들은 '쉬는 것도 투자'라고 조언한다. 증시가 폭락하는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했다 손실을 보는 것보다는 있는 돈을 지키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원금을 지키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우선은 적당한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돈을 넣어두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여유자금이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한 채 노는 것이 싫다면 3개월 단위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시중 금리는 연 3%대다.

◆산금채,최고 연 4.47%

하지만 안전하게 돈을 지키면서도 조금만 더 높은 금리를 노린다면 채권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예금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국책은행들인 만큼 떼일 염려가 없고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다.

산금채의 현재 유통수익률은 연 3.58%지만 개인이 투자할 때는 얘기가 다르다. 산업은행이 최근 개인 수신 고객을 늘리려는 추세여서 다양한 혜택을 준다. 우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른바 'u베스트인터넷(스마트)산금채'다. 또 이 상품에 최초 신규 거래하는 경우엔 0.3%포인트 추가 우대금리가 있다. 3개월 기준으로 복리를 적용하는데 23일 기준으로 최고 산금채 금리는 연 4.47%다. 1인당 투자한도는 3000만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9일부터는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실명을 확인하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며 "산업은행 지점이 없는 곳에서도 전국 어디서나 산금채 등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금채,최고 연 4.6%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도 이율이 좋다. 특히 최근 서민상품을 개발하라는 금융감독 당국의 취지에 맞춰 만든 '서민섬김통장'은 최고이율이 연 4.6%다. 기본금리는 4.0%인데 기업은행과 최초 거래인 경우 0.3%포인트,자동이체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1인당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정기예금 형태로 하거나 중금채에 투자하는 2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율은 같은데,정기예금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중금채에 투자해도 국책은행인 만큼 부도 위험은 '0'에 가까워 어떤 상품을 선택해도 큰 차이는 없다.

◆월이자 지급식 채권펀드도

월이자 지급식 채권형 펀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팀장은 "월이자 지급식 채권형 펀드 중 상당수는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연 7%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투자 대상이 안정적인 국 · 공채나 신뢰도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인지 꼭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브라질 국채나 터키 국채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단순히 금리가 높다고 투자했다가 원화가치가 예상보다 높아지면 금리를 다 까먹고 원금도 크게 손해 볼 수 있다.

해당국의 경제 사정과 규제 상황도 알아야 한다. 브라질은 최근 외국인의 자국 국채 투자가 크게 늘어나 헤알화 가치가 치솟자 이를 막기 위해 환전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을 급격히 높였다. 이런 규제비용이 갑자기 추가될 경우에는 투자수익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