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에서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삼성전자를 지지하는 의견을 내놨다. 애플은 올해 초 AT&T와의 독점 제휴를 깨고 버라이즌을 통해서도 아이폰 판매를 시작했으나 이번 조치로 이런 시장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가 운영하는 블로그 '포스 페이턴트' 등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최근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이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면서 이를 기각해야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애플이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삼성전자 제품은 미국내 출시 스마트폰인 인퓨즈(Infuse) 4G, 갤럭시S 4G, 드로이드 차지(Droid Charge)와 태블릿PC인 갤럭시탭 10.1이다.

버라이즌은 의견서에서 "애플의 주장이 버라이존의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네트워크의 개발과 실제 이용을 막아 이 네트워크와 관련된 일자리 창출을 방해할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광대역 네트워크의 접근 확대와 구호요원들의 보다 빠른 통신망 이용 등을 포함한 주요 공공정책의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라이즌은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재판부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의견서(amicus curiae brief)에 이런 내용을 담아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가처분 결정을 위해 오는 10월13일 열릴 예정인 법원의 심리를 겨냥해 의견서를 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뮬러는 "법원이 조만간 이 의견서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원은 버라이존이 이 같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당사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이 같은 버라이존의 태도는 4G LTE시장 선점을 노리는 회사의 전략적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버라이즌이 수십억달러를 4G LTE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LTE 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6개 제조회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의견서에서 "애플이 LTE 제품에 대해 이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도 바로 버라이즌의 차세대 네트워크의 확대에 결정적인 이 제품들에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라고도 했다.

또 "애플은 삼성이 4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표면적으로는 단 하나뿐"이라며 "3개의 하드웨어 관련 특허는 무시해도 좋으며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상 '목록 스크롤링'과 문서 이동, 회전, 확대에 대한 특허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버라이즌의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을 넘어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내 모바일 시장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뮬러는 분석했다. 애플은 버라이즌의 조치를 '삼성전자와 구글' 연합을 지지하는 동시에 애플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10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5'에 LTE 기능을 탑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버라이즌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 가능하다. 현재 다수의 외신들은 애플 아이폰 제품에 LTE가 탑재될 시기를 내년께로 전망하고 있다.

가입자 수 990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AT&T는 2007년부터 아이폰을 독점 판매해왔으며 상반기에는 이 제품을 720만대 팔았다. 올해 초부터 아이폰을 팔게 된 버라이즌도 이 제품을 450만대 판매했고 지난 분기 기준 1억6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