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뚫고 '하늘길' 건너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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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관매 8경 중 하나인 '하늘다리'…섬과 섬이 갈라진 틈새 연결
30일부터 '명량대첩축제'
관매 8경 중 하나인 '하늘다리'…섬과 섬이 갈라진 틈새 연결
30일부터 '명량대첩축제'
바다가 강물처럼 흐른다. 물살이 엄청 빠르고 거세다. 유속이 17노트에 이른다고 하니 시속 30㎞를 넘는다. 게다가 빠르게 흐르던 물이 암초에 부딪혀 곳곳에서 소용돌이를 만든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의 화원반도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에 있는 명량해협(鳴梁海峽).1597년 9월16일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 함대를 통쾌하게 물리친 바로 그 바다,물이 돌면서 운다는 울둘목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나이다
정유재란이 시작된 1597년.이순신이 백의종군으로 물러난 후 원균이 이끈 200여척의 조선 함대는 그해 7월 거제의 칠천량해전에서 궤멸했다.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에게 남은 것은 판옥선 12척뿐.선조가 전력이 약한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에 귀속시키려 하자 이순신은 장계를 올려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尙有十二隻 · 상유십이척)."
해남 학동리의 전라우수영기념공원에서 울돌목을 보며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상상해본다. 이순신 함대는 일자진(一字陣)을 치고 10배나 많은 왜선함대와 맞섰다. 거센 물살에 놀라 허둥대는 왜선들을 향해 조선 판옥선에선 대포가 불을 뿜었다. 왜선 31척 격침,92척 대파,왜군 1만2000여명 사상.혁혁한 전과만큼이나 저 바다는 피로 물들었으리라.
◆유배의 땅서 꽃 핀 시서화창(詩書畵唱)
진도대교를 건너 녹진전망대(150m)에 서자 명량해전의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도는 이름 그대로 보배로운 섬이다. 하지만 역사 속 진도는 유배의 땅이었고,전쟁의 땅이었다. 그 한이 시서화(詩書畵)와 소리(唱)로 피어났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9~1892)은 이런 기반 위에 탄생했다. 그가 화실 겸 거처로 삼았던 운림산방이 진도의 진산인 첨찰산 아래에 있다. 운림산방 앞 연못엔 소치가 직접 심은 배롱나무가 튼실하다. 산방 옆의 소치기념관에선 소치의 4남인 미산(米山) 허형을 시작으로 남농 허건,임인(林人) 허림,임전(林田) 허문까지 소치 가문의 대가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뿐이랴.진도는 소리의 고장이다. 진도아리랑,진도북춤,진도만가 등 진도의 한과 애환이 서린 소리가 아직도 생활 속에 살아 있어 전문적인 소리꾼뿐만 아니라 여염집 사람들의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의신면의 운림예술촌 빗기네민속전수관에서는 농사꾼 아주머니,보건소 직원 등 지역 사람들이 공연하는 빈지레기타령,흥그레타령,지전타령,북춤,진도아리랑 등의 소리와 함께 남도의 밤이 깊어간다.
◆관매도와 세방낙조
조도고속훼리호를 타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도6군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섬인 관매도로 간다. 선착장에 내려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관매8경의 첫 번째인 관매도 해변이 나온다. 2.2㎞의 백사장 옆에는 수령 300년을 넘는 방풍림으로 심은 해송림이 약 10만㎡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거북이등 같은 소나무 껍질 위에 융털 같은 것이 눈에 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풍란이다. 멸종위기종인 풍란을 몇 해 전 복원한 것으로,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칼로 자른듯 섬과 섬이 수직으로 갈라진 3m가량의 틈새에 다리를 놓은 하늘다리 등 관매 8경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관매도에서 나와 지산면 세방리의 세방낙조전망대로 간다. 드디어 해가 진다. 시간에 따라 붉은빛을 달리하며 해가 바다에 몸을 담그자 하늘은 물론 바다까지 벌겋다. 생각보다 감탄의 시간은 길지 않다.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해는 바닷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다들 아쉬운 표정이다. 그때 누군가 말한다. "그래,인생이란 원래 아쉬운 거 아닌가!"
◆ 여행 팁
오는 30일부터 사흘 동안 해남 전라우수영관광지와 진도 녹진관광지 일원에서는 '2011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전라남도와 해남 · 진도군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축제의 특징은 해남 · 진도군의 주민 11만여명 중 10%에 가까운 8300여명이 직접 참가해 거대한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점.새로 건조한 판옥선 2척을 비롯해 130여 척의 어선들이 10월 1,2일 오후 3시,4시에 울돌목에서 재현하는 명량해전이 기대된다. 명량대첩기념사업회 (061)286-5257
숙소로는 금갑리해수욕장 인근의 팔도한옥펜션(061-544-7316),세방낙조전망대 부근 '낙조펜션'(061-542-3006)을 권할 만하다. 임해면 백동리의 굴포식당(061-543-3380)에서 먹는 꼴복탕(1만2000원) 맛이 일품이다. 세방낙조전망대 근처의 '다도해관광회센터'(061-543-7227)도 괜찮다.
진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나이다
정유재란이 시작된 1597년.이순신이 백의종군으로 물러난 후 원균이 이끈 200여척의 조선 함대는 그해 7월 거제의 칠천량해전에서 궤멸했다.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에게 남은 것은 판옥선 12척뿐.선조가 전력이 약한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에 귀속시키려 하자 이순신은 장계를 올려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尙有十二隻 · 상유십이척)."
해남 학동리의 전라우수영기념공원에서 울돌목을 보며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상상해본다. 이순신 함대는 일자진(一字陣)을 치고 10배나 많은 왜선함대와 맞섰다. 거센 물살에 놀라 허둥대는 왜선들을 향해 조선 판옥선에선 대포가 불을 뿜었다. 왜선 31척 격침,92척 대파,왜군 1만2000여명 사상.혁혁한 전과만큼이나 저 바다는 피로 물들었으리라.
◆유배의 땅서 꽃 핀 시서화창(詩書畵唱)
진도대교를 건너 녹진전망대(150m)에 서자 명량해전의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도는 이름 그대로 보배로운 섬이다. 하지만 역사 속 진도는 유배의 땅이었고,전쟁의 땅이었다. 그 한이 시서화(詩書畵)와 소리(唱)로 피어났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9~1892)은 이런 기반 위에 탄생했다. 그가 화실 겸 거처로 삼았던 운림산방이 진도의 진산인 첨찰산 아래에 있다. 운림산방 앞 연못엔 소치가 직접 심은 배롱나무가 튼실하다. 산방 옆의 소치기념관에선 소치의 4남인 미산(米山) 허형을 시작으로 남농 허건,임인(林人) 허림,임전(林田) 허문까지 소치 가문의 대가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뿐이랴.진도는 소리의 고장이다. 진도아리랑,진도북춤,진도만가 등 진도의 한과 애환이 서린 소리가 아직도 생활 속에 살아 있어 전문적인 소리꾼뿐만 아니라 여염집 사람들의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의신면의 운림예술촌 빗기네민속전수관에서는 농사꾼 아주머니,보건소 직원 등 지역 사람들이 공연하는 빈지레기타령,흥그레타령,지전타령,북춤,진도아리랑 등의 소리와 함께 남도의 밤이 깊어간다.
◆관매도와 세방낙조
조도고속훼리호를 타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도6군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섬인 관매도로 간다. 선착장에 내려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관매8경의 첫 번째인 관매도 해변이 나온다. 2.2㎞의 백사장 옆에는 수령 300년을 넘는 방풍림으로 심은 해송림이 약 10만㎡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거북이등 같은 소나무 껍질 위에 융털 같은 것이 눈에 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풍란이다. 멸종위기종인 풍란을 몇 해 전 복원한 것으로,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칼로 자른듯 섬과 섬이 수직으로 갈라진 3m가량의 틈새에 다리를 놓은 하늘다리 등 관매 8경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관매도에서 나와 지산면 세방리의 세방낙조전망대로 간다. 드디어 해가 진다. 시간에 따라 붉은빛을 달리하며 해가 바다에 몸을 담그자 하늘은 물론 바다까지 벌겋다. 생각보다 감탄의 시간은 길지 않다.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해는 바닷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다들 아쉬운 표정이다. 그때 누군가 말한다. "그래,인생이란 원래 아쉬운 거 아닌가!"
◆ 여행 팁
오는 30일부터 사흘 동안 해남 전라우수영관광지와 진도 녹진관광지 일원에서는 '2011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전라남도와 해남 · 진도군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축제의 특징은 해남 · 진도군의 주민 11만여명 중 10%에 가까운 8300여명이 직접 참가해 거대한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점.새로 건조한 판옥선 2척을 비롯해 130여 척의 어선들이 10월 1,2일 오후 3시,4시에 울돌목에서 재현하는 명량해전이 기대된다. 명량대첩기념사업회 (061)286-5257
숙소로는 금갑리해수욕장 인근의 팔도한옥펜션(061-544-7316),세방낙조전망대 부근 '낙조펜션'(061-542-3006)을 권할 만하다. 임해면 백동리의 굴포식당(061-543-3380)에서 먹는 꼴복탕(1만2000원) 맛이 일품이다. 세방낙조전망대 근처의 '다도해관광회센터'(061-543-7227)도 괜찮다.
진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