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캐디'도 갤러리들의 시선을 끌었다. 프로 골프계에 '아빠 캐디'는 많지만 '엄마 캐디'는 극히 드물기 때문.최종일 합계 18오버파 306타 57위로 경기를 마친 이은빈(18)의 어머니 김애숙 씨(47 · 오른쪽)는 나흘 연속 캐디백 카트를 끌고 그린을 누볐다.

김씨는 지난해 2부 투어에서 올해 KLPGA 정규 투어에 합류한 딸과 함께 10여개 대회에 캐디백을 메고 동행했다. "캐디는 구하기도 어렵고 선수와 호흡도 잘 맞아야 해요. 은빈이 아빠는 사업 때문에 캐디를 할 수 없어요. 은빈이도 엄마와 함께 출전하는 게 편하다고 해서 투어에 적응할 때까지만 캐디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은빈이는 상반기에는 한 차례만 커트를 통과했지만 하반기에는 통과 횟수가 늘었습니다. "

김씨 대신 전문 캐디가 동반했던 지난 3개 대회에서 이은빈은 모두 커트 통과에 실패했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채 캐디가 자신의 스윙을 어떻게 볼지 신경썼다고 한다.

"저는 정신적인 부분을 챙깁니다. 급하게 덤비지 않도록 통제하고 실타로 의기소침해질 때 기분을 전환하도록 이끌어 주죠.샷할 때 어드레스 자세가 괜찮은지,목표를 향해 바로 섰는지 지적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아빠 캐디'들처럼 퍼팅 라이를 읽거나 기술적인 코치를 하지는 못해요. 골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으니까요. "

김씨는 8년 구력의 보기 플레이어다. 2003년 말 남편과 함께 골프를 배웠다. 그때 연습장에 따라다니던 초등학생 은빈이는 중2 때부터 레슨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엄마 캐디 수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물론 4일간의 대회 중 하루나 이틀 캐디로 나서는 정도지요. 어떤 선수는 프로인 언니보다 엄마가 편하다고 해요. '아빠 캐디'보다 '엄마 캐디'의 장점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라고 하잖아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