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8년간 집권했다가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대통령직을 내놓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59)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여당 후보로 다시 나선다. 러시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치 · 경제적 자유는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46)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여당(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푸틴 총리를 대선 후보로 제안했고,푸틴은 이를 받아들였다.

푸틴 총리는 수락 연설에서 "(나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에 대해 수년 전에 이미 합의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박수로 두 사람의 결정을 환영했다.

푸틴 총리를 대선 공식 후보로 추대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푸틴의 대선 출마는 사실상 확정됐다. 두 사람 중 누가 후보로 나설지를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푸틴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푸틴 지지율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최대 야당인 공산당이 그에 맞설 강력한 후보를 내기 어려워 보여 푸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푸틴이 대통령이 되면 메드베데프는 총리를 맡아 내각을 이끌게 된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8년 동안 대통령을 지낸 후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으로 총리로 물러나 있던 푸틴은 내년 권좌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 다음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4년까지 최대 12년간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푸틴의 '컴백' 소식에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체첸자치공화국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며 "두 지도자가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를 우선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관리형 민주주의'는 러시아의 정치를 퇴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푸틴식 리더십'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의 재집권으로 에너지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개선,연금개혁 등 각종 경제개혁 작업이 지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선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정치 불안으로 대거 이탈했던 자금 흐름은 개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