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자금이 이탈되는 것을 계기로 10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면서 코스피지수가 150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진단지표가 자주 활용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단기투기성 자금의 이탈 여부는 △자산인플레이션 정도 △유입된 외국자금의 건전도 등으로 평가된다. 이 중 유입된 외국자금의 건전도는 순직접투자와 경상수지 합계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중장기 위기진단지표는 대상국의 △해외자금 조달능력 △국내저축능력으로 평가한다. 특히 단기 위기진단지표가 악화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도 경험한 것처럼 대상국의 해외자금 조달능력에 곧바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민간부문 저축률과 재정수지로 표현되는 국내저축능력이 더 중시된다.

이 지표를 활용해 우리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면 대부분 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와 3년 전 리먼사태 때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위기 가능성이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외국자금의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면 위기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외환위기 경험국들이 겪는 고질적인 '낙인 효과(stigma effect)' 중 하나다.

외국자금의 엑소더스에 대한 대응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사전적 대응방안으로 외국자금 유출입 규제와 다른 하나는 내부역량 강화방안으로 외환보유액 확충,외환보유액 활용능력 제고 등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 이후 추진되는 새로운 논의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대응방안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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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대응방안에 대한 실효성을 검토해 보면 외국자금 유출입 규제는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으나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방안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금이 레버리지 투자 기법을 즐기는 헤지펀드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로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면 자본 회수국으로 선택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되기 때문이다. 리먼사태와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외국자금 이탈이 전형적인 예다.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쌓는 것이 적정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지표접근법이다. 이 방법도 보유 동기에 따라 기도티와 캡티윤 모델,국제통화기금(IMF)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준에 따라 우리 적정외환보유액을 따져보면 IMF 방식에 의해서는 1050억달러,기도티 모델로는 2990억달러,캡티윤 모델로는 3810억달러 내외로 나온다.

적정외환보유액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자본유출입 환경,외채구조 등에 따라 다르게 선택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자유화가 진전되고 국제 간 자금흐름이 각종 캐리자금에 의해 주도되는 점을 감안,신흥국들은 기도티와 캡티윤 모델의 중간선에서 외환보유액을 쌓으려는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 적정외환보유액은 33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로 증가세가 지속돼 왔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을 축적한 결과 지금은 3100억달러가 넘는다.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나 외환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적정 수준에 와 있다.

각종 판단지표로 보면 이처럼 위기 가능성은 낮게 나오는데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왜 우리는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특정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외화 수급 등에 금이 가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시스템 위기로 비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 데 시스템상 문제가 생기면 실물위기로 치닫는 것이 위기경험국의 전형적인 경로다.

우리는 외화유동성을 비교적 빨리 확보했으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재평가,잦은 정책 변경,정부 혹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각종 부정부패 등으로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면 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요인이 커지는 대신 위기 불감증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이 유럽재정위기와 같은 사태를 계기로 외자 이탈로 연결될 경우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진다. 이것이 '위기 재귀설(crisis reflexibility)'의 실체다.

현 정부는 대외환경이 악화될 때마다 우리 사회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위기설을 근본적으로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진단을 토대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