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인수 · 합병(M&A) 시장에 공개 매물로 등장하게 될 경우 최대 변수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舊株)를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서다. 박 부회장이 투자자만 구할 수 있다면 팬택 매각은 매니지먼트바이아웃(MBO · 기업의 경영진이 회사를 매수하는 방식)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 관측이다.

박 부회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계산은 서 있다"면서도 "현재는 글로벌 IT산업의 위기 속에서 팬택을 살려 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2006년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보유중이던 약 4000억원어치의 지분을 모두 회사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경영자(CEO)로서 '백의종군'해왔다. 팬택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인 2007년 3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지난 2분기에도 매출 5761억원,영업이익 117억원을 거뒀다.

박 부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우선매수청구권 외에 9.6%의 스톡옵션도 배정받았다. 행사 가격은 액면가보다 20% 높은 주당 평균 600원으로 총 1000억원 규모다.

그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만큼 큰 돈을 당장 모으긴 어렵다"며 "일단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자금만 먼저 마련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택을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지금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회사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 투자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잘 만들어놔야 나중에 경영하더라도 좋을 것 아니냐"며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채권단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에게는 가격이 정해져야 권리를 행사할지에 관해 물어 올 것"이라고 답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