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서울시장 유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한강 수중보(洑) 철거 문제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중보 제거는 한강의 수질 및 홍수 조절,교각의 안전 등 시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강 수중보는 잠실대교 아래 잠실보와 김포대교 아래 신곡보 등 모두 2개이며 한강종합개발을 위해 1986년 세워졌다. 한강 수중보를 둘러싼 '5대 쟁점'을 정리한다.

(1) 수중보가 수질악화 주범(?)

'한강운하백지화서울운동'은 "보를 설치한 뒤로 한강 수질이 나빠졌고 자연의 흐름을 왜곡해 습지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야권 인사는 "수중보에 막혀 한강 바닥에 침전물이 싸여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여름과 겨울의 한강 수위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가 없으면 겨울철엔 오히려 수질악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엔 유속이 빨라 침전물이 하류로 내려가 보가 오염의 주범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2) 취수와 홍수조절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잠실보를 제거하면 취수원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등은 서울 취수원이 한강 상류인 남양주로 모두 옮겨갔기 때문에 취수원 확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건설 및 도시공학 분야 전문가들은 한강보가 홍수 조절 등 다목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철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기와 우기의 강수량 차이가 큰 우리나라에선 수중보가 없으면 여름철엔 홍수 조절이 힘들다"며 "표를 얻기 위해 과학적인 조사 없이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3) 수중보 철거=환경친화적(?)

보 등 인공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4일 4대강 사업지구 내 설치된 보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에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보는 강물의 흐름을 방해해 습지 등 생태계 전반에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현재 세종보 주변 습지는 백로와 왜가리 등 철새들의 천국이다. 이승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은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불구,습지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며 "보가 무조건 환경에 반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4) 교각 안전과 경제성

보의 철거를 주장하는 쪽은 교각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보로 인해 한강의 자연스런 흐름이 막혀 침전물이 쌓이고 이를 준설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 철거가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여윤광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의 다리들은 수중보가 있는 상황을 전제로 건설됐기 때문에 과학적인 조사 없이 수중보를 없애면 다리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잠실대교 주변은 상 · 하류의 높이 차가 커 보가 없으면 다리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보 철거와 한강교량을 보강하고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 경제적으로 별로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5) 시민들의 편익 증가할까

환경단체들은 보를 없애면 모래톱이 드러나는 등 한강이 친환경적으로 변해 시민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을 편다.

이에 반해 수중보 제거는 한강 미관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보가 없어지면 한강은 겨울엔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이 을씨년스럽고 피폐해 보인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천이 되면 한강 수변에 들어선 체육시설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 등이 사라지고 한강 주변의 각종 개발사업도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철/강경민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