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그래도 '공짜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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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정신적 아편…그리스의 비참한 종말
조주현 국제부장 forest@hankyung.com
조주현 국제부장 forest@hankyung.com
그러나 군만두 값은 이미 짜장면의 원가에 포함돼 있다. 더 맛있는 짜장면과 더 좋은 서비스를 포기하는 대신 '공짜'라는 이름의 군만두를 먹는 셈이다. 이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유명한 명제와 맥을 같이한다. 이 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한정된 자원 때문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선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해 유명해졌다. 기원은 19세기 미국 남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올리언즈 등에서 술 한잔을 시키면 점심을 거저 주는 술집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 그러나 딱 술 한 잔만 먹는 사람은 없었다. 술집 주인들의 지갑이 두툼해지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했다. 1896년 뉴욕주에서 만들어진 '공짜점심 처벌법'은 사회적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긴급조치였다.
이 모든 복지의 재원은 빚이다. 1997년 1381억달러이던 국가부채는 작년 말 4452억달러로 222.3% 불어났다. 빚을 내 잔치를 벌이던 지난 20여년의 결과는 비참하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불가피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한번 길들여진 공짜의 단 맛은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스의 재정적 사회적 위기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진다. 내년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하는 처지 때문이다. 무책임하게 짜여진 '공짜 점심'의 메뉴들이 난무할 게 분명하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장관의 답변을 문제삼은 야당 의원을 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박 장관이 "후손들이 '공짜 점심'의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재정 건전성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야당의원들은 "무상급식을 떠올리게 하는 '공짜 점심'이라는 말을 왜 쓰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서울시의 초 · 중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던 야당 의원들이 그 단어가 연상되는 말을 했다고 소리를 지른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정말로 무지하거나,아니면 뻔뻔하거나 둘 중 하나다. 박 장관을 나무랐던 의원들은 스스로 무책임한 공짜병을 퍼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길 권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