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하락장에서 외국인들은 주가지수선물시장과 국채선물시장에서 국내 기관과 개인을 따돌리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약 두달간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8782억원의 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개인은 2016억원,증권사 등 국내 기관은 6766억원 손실을 떠안았다.

일별 순매수 수량에 다음날 선물지수 등락분을 곱하는 방식으로 집계한 수치로,장중 매매 손익은 제외했다. 선물시장은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이 항상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지수 하락과정에서 매수 포지션의 손실은 곧 매도 포지션의 이익이 된다.

외국인이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가가 폭락하기 전 선제적으로 매도 포지션을 늘려놓은 덕분이었다. 외국인은 7월 중순 선물 매도 포지션을 3만5000계약까지 늘렸고,급락 초기인 8월 초에는 최대 4만2000계약까지 확대했다. 증시 급락이 진행된 후에는 환매수로 수익을 실현했다. 8월3일 4만2000계약이었던 매도 포지션을 22일에는 1만7000계약으로 크게 줄였고, 이 덕분에 반등과정에서도 매도 포지션으로 인한 손실이 제한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국인은 증시 하락에 앞서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 환매수를 진행해 당시 1조6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선물시장에서 얻었다"며 "선제적인 헤지 포지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 국채선물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8월 들어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국채 선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외국인은 발빠르게 매수 포지션을 확대했다. 8월 한달간 7만1593계약을 순매수했고,주춤하던 국채선물 가격이 이달 들어 다시 뛰어오르자 전매도(매수포지션 청산)을 통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삼성선물은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외국인이 국채선물시장에서 챙긴 이익을 650억원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국채선물시장의 양대 큰 손인 증권사는 710억원의 손실을 냈다. 개인은 매매 규모가 작아 손실액은 10억원에 못 미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