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중보 철거 여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범야권 후보로 유력한 박원순 변호사의 수중보 철거 시사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유력시장 후보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 · 야권 후보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25일 한강공원에서 열린 '제3회 서울수복 기념 해병대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보를 철거하면 서울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원을 옮겨야 하고 옹벽을 철거해야 한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토목공사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박 변호사의) '자연생태 한강 복원'이라는 미사여구 때문에 오히려 한강시민공원을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가 이처럼 적극적 반대로 방향을 잡은 것은 서울시장 사퇴를 불러온 무상급식이 또다시 선거 이슈로 떠오르는 것보다는 '한강 수중보' 문제로 정책전선을 만드는 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무상급식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자위대 창군 50주년 행사 참석보다는 서울시민에게 직접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수중보 문제가 쟁점이 될수록 한나라당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수 시민사회단체 후보인 이석연 변호사도 박 후보의 한강 수중보 철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박 변호사뿐 아니라 야권에는 물흐름을 가로막는 보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상징물로 보는 정치적 인식이 깔려 있다.

박 변호사의 보 철거 시사 발언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지난 23일 서울 암사동 생태습지 현장에서 한강르네상스 등 전임 시장의 주요 역점사업 재검토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다.

박 변호사는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건데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보를 없애면 다른 문제는 없느냐"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변호사 측은 "수중보 문제는 일단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 당장 폐기,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원칙은 자연형 한강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5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의원은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이미 예산이 집행된 사업은 마무리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보 철거와 관련,박 후보는 "당장 철거 여부를 논의하기 앞서 서울시민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김형호/김재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