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통합·안정 … 실적부진 해소
글로벌 네트워크 풀가동
소매금융 넘어 기업금융 강자로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다. KB금융의 시가총액은 최초 상장일인 2008년 10월13일 18조600억원에서 2009년 9월23일 23조7200억원으로 31.3%나 뛰었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었던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을 연계해 2009년 4월 출시한 복합상품 ‘KB Plustar통장’은 출시 넉 달 만에 가입계좌 건수가 17만건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은행과 증권사가 함께 롯데그룹의 두산 주류 인수사업을,은행 부동산신탁 자산운용이 함께 ING타워 매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KB금융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었다.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황영기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해외 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문제돼 2009년 9월 사퇴했다. 뒤를 이어 회장에 내정된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금융당국 외압설 등이 불거져 2009년 12월 스스로 물러났다.
실적은 엉망이 됐다. 작년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사실상 적자만 겨우 면했던 셈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실적개선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의 해결책은 역시 리더십이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고려대 총장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실적을 놓고 보면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조직 안정의 효과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KB금융을 ‘비만증 환자’라고 칭하며 ‘Can-Do-Spirit’을 내세워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그룹 변화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국민은행 직원 중 3244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냈다. 통상 은행의 구조조정에 따르는 잡음도 거의 없었다. 본인이 외부인사 출신인 만큼 내부 출신으로 조직 통합에 뛰어난 강점을 갖고 있는 민병덕 국민은행장을 선임해 갈등의 소지를 없앤 것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충당금 규모를 대폭 키워 전임 경영진의 잔재를 한꺼번에 청산하는 빅배스(Big bath·목욕재계)가 이뤄진 영향도 컸다. 지난 상반기엔 1조5749억원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다시 뛴다,KB
KB는 다시 뛰고 있다. 어 회장은 본인의 장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풀가동하고 있다. 직접 90% 이상의 국내·외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KB의 비전을 알리고 있다. 주주 등 시장과의 소통도 적극적이다.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오래된 은행,중·장년층의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은이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대학가에 만드는 특수점포 ‘樂star(락스타)’ 채널을 41곳 만들었다.
소매금융의 강자에서 기업금융의 강자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기업과의 관계 구축에도 열성적이다. 유망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히든스타(Hidden Star)500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5월엔 총수신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그간 부족하다고 지적됐던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서도 ‘맏형’ 노릇을 착실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KB와 거래하는 우량 중견·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KB굿잡이 지난 1월 출범했다. 또 경제·금융교육과 학술·장학사업을 위한 ‘KB금융공익재단’도 지난 5월 200억원 규모로 문을 열었다. KB금융은 앞으로 이 재단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어 회장은 “은행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KB금융을 앞으로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수익 기반을 확충해 금융 ‘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을 국내 리딩 금융회사를 넘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