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글렌코어가 최근 진출한 면화거래에서 큰 손실을 내 관련 부문장이 해고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전 세계 목화 흉작으로 글렌코어가 면화거래 사업에서 철수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글렌코어는 최근 반기실적 보고를 통해 "곡물과 식용유 거래에서 벌어들인 순익을 면화거래 부문이 다 '까먹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세전순익은 1분기 9억달러에서 2분기 2000만달러로 97%가량 축소됐다.

글렌코어 측은 "올해 5월과 7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면화 선물거래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올 3월까지 면화값은 파운드당 2달러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5월 이후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 특히 7월에만 목화가격이 38%나 급락했다. 목화 주산지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급 변동과 큰 폭의 가격변동에 따른 방직업체들의 면화수입 취소가 늘면서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루이드레퓌스 등 선발 사업자들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거래물량을 조절하며 손실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과감한 공격 경영을 하던 글렌코어는 가격 급변동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글렌코어는 지난주 마크 앨런 면화부문 최고책임자를 전격 경질했다. 앨런 최고책임자는 면화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18개월 전 홍콩 노블그룹에서 영입했던 인물이다. 전통적으로 면화거래는 스위스 루이드레퓌스와 싱가포르 올람,미국 카길 등이 과점해 왔지만 2년 전 글렌코어가 새롭게 진출하며 도전장을 냈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