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면 뭐든 한다"…日종합상사 '잡식 경영'
지난 4월 일본의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은 다소 황당한 사업에 진출했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네일아티스트로 양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발주한 주체는 기후(岐阜)현 여성 교도소. 2009년 법 개정으로 교도소의 일부 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된 점을 노리고 시장 선점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다이아몬드는 최근호에서 '일본 종합상사의 정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작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종합상사의 성장비결로 '다보하제(ダボハゼ · 검정망둥이) 경영'을 꼽았다. 탐욕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돈이 되면 어떤 사업이든 진출한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인문계 취업 선호도 상위 15개 업체 중 종합상사가 5개나 포함될 만큼 인기를 누리며 종합상사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아프리카 촌장된 상사맨의 비밀

작년 11월 나이지리아 최대도시인 라고스에서 250㎞ 떨어져 있는 요르바인족의 부락인 '이라라모킨'마을.새로운 촌장의 취임축하 행사가 열렸다. 새 촌장의 이름은 '마치다 기요미'.스미토모상사 자동차사업 2본부장이었다. 그는 나이지리아에서 도요타 자동차를 많이 팔아 생활을 개선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촌장에 올랐다.

마치다는 나이지리아 자동차 시장을 개척하던 2000년.나이지리아 사람으로 현지 판매회사를 운영하는 오조 사장을 일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번번이 면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지만,일본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텔에서 기다렸던 것.하지만 그는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친구처럼 살아온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얼마 후 오조는 도요타 자동차를 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오조는 부족의 왕을 찾아가 고향인 이라라모킨 촌장으로 마치다를 추천했다.

미쓰이는 지난 7월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함께 브라질에 바이오화학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서울보다 큰 76000헥타르(㏊) 규모의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키로 한 것.다우케미컬이 파트너로 미쓰이를 택한 것은 농장 경영에서 제품 제조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밸류체인)을 갖췄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 미쓰이가 오랜 현지 사업을 통해 복잡한 세제 등 '브라질 리스크'를 꿰뚫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돈 되면 뭐든 한다"…日종합상사 '잡식 경영'
◆레스포삭 유행의 공신 이토추상사

다이아몬드는 "일본 상사맨들은 스스로 구로코(黑子)라고 부르는 데 상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호칭"이라고 평가했다. 구로코는 일본 전통연극에서 검은 옷을 입고 연기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관객에게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연극을 완성시키는 데 없어서는 인물이다. 잘나가는 브랜드의 뒤에는 그것을 성장시킨 종합상사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미국의 가방 브랜드인 레스포삭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지명도가 높았지만 중국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 브랜드를 이토추상사는 2000년대 중반 인수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현재 중국 90개의 매장에서 연간 500만개를 파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일본에서 독신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룸바 청소기 붐은 스미토모상사가 조성했다. 스미토모가 40%를 출자한 주피터텔레콤의 케이블TV를 통해 이 상품이 전국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의 이 같은 사업 다양화 전략은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가 원자재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상품이 안되면 서비스로 시장개척

스미토모상사 건설기계 부문은 1990년대 중반까지 중장비업체 고마쓰가 만든 굴삭기 등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고마쓰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자 수입이 점차 줄었다. 당시 사업부를 이끌던 한 본부장은 전 직원에게 "나사에서 장갑까지 전부 갖춰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고마쓰 제품이 사용되는 광산회사 등의 현장 입구에 정비소를 세웠다. 정비소에서 건설기계 주문뿐 아니라 기계수리 등 사후관리 주문도 받았다. 그 결과 스미토모상사는 건설기계 판매 전성기 때와 비슷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품 판매에서 AS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덕분이다.

김용준/김희경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