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동안 3~4개월마다 헌혈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38번 했지요. 지난달엔 100일이 갓 지난 어린생명을 보며 '나의 작은 희생이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아이에게 필요한 골수(조혈모세포)를 기증했습니다. "

현대모비스 섀시모듈영업팀 임남규 씨(29 · 사진)는 사내에서 '헌혈전도사' 또는 '미스터 엔젤'로 불린다. 직급은 사원이지만 입사 훨씬 전부터 정기적으로 헌혈을 한 데 이어 백혈병 환자에게 자신의 골수까지 기증한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임씨는 "지난해 3월 결혼 후 지난 4월 아들을 낳은 상황이어서 가족들이 골수기증을 강하게 반대했다"면서도 "골수가 필요한 사람이 아들과 비슷하게 100일이 갓 지난 아이라며 설득하자 가족들도 곧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임씨가 골수를 기증키로 마음먹은 때는 7년 전이다. 2004년 군복무 시절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을 하던 중 간호사의 권유를 받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 들어서 유전자가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나타났고 임씨는 망설임 없이 기증키로 했다. 임씨는 "골수이식이 가능한 확률은 형제자매 간에는 25%,부모와도 5% 이내,타인은 2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렇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임씨는 회사에 병가를 내고 서울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골수를 채취하고 기증을 마쳤다. 임씨는 대학과 군대시절을 거쳐 현재도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독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임씨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헌혈을 하고 골수도 기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로부터 "아프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는 임씨는 "많은 사람들이 척추를 통해 골수를 채취한다고 알고 있다"며 "실제로는 헌혈하듯 양쪽 팔의 혈관을 통해 채취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임씨는 "골수이식을 위해 3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하고 몸살감기와 피로감 등 약간의 후유증이 있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지한 자세로 골수기증을 실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