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시애틀에서 빌 게이츠를 만났다.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 해법을 묻자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 중소기업들이 잠재력이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 대목은 특히 관심을 끈다.

빌 게이츠의 이 주장이 꼭 IT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게다. 공생발전을 주창하며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겠다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사뭇 궁금하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나눠먹자고 법석을 떨어봐야 뾰족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충고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나 동반성장위가 하고 있는 일은 국내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딱 갈라놓고 모든 문제를 대기업을 압박해 풀겠다는 식이다. 공정위 등 정부 당국은 '일감 몰아주기''원가 후려치기' 등 온갖 원색적인 용어들을 다 동원해 대기업을 악(惡)의 뿌리인 것처럼 몰아붙인다. 동반성장위는 또 그 많은 논란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업종과 품목을 인위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영역으로 구획짓는 이른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것을 곧 발표한다.

사실 빌 게이츠의 조언은 새로울 것도 없다. 현대자동차가 좋은 사례다. 부품업체들의 현지 동반진출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회사와의 협력 기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면 그게 바로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로 발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