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 후 4년반 만에 정식 등기를 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3월 입주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아파트에 대해 법적인 걸림돌 없이 매도하고 담보권을 설정받는 등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40민사부(부장판사 김병운)는 최근 서울 삼성동 해청아파트 1단지 재건축조합이 낸 소유권이전등기금지 등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기존 가처분결정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가처분결정의 본안소송에서 동 · 호수 배정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승소확정 판결이 나왔다"며 "가처분을 구할 이익이 없어져 가처분신청이 부적법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합에 반대하는 비대위 주민 21명은 2006년 11월 "비대위를 제외한 조합의 동 · 호수 배정과 이에 따른 분양계약은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3월 가처분을 기각했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2007년 4월 가처분결정을 받아들였다.

강남구청 뒤편에 위치한 해청아파트는 래미안삼성2차(275가구)로 재건축돼 2007년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소유권이전등기금지 가처분으로 입주민들은 자기 소유로 등기할 수 없었다. 조합이 나중에 보존등기 말소소송에서 이겨 일부 주민들이 불법 논란 속에 건물등기를 하긴 했지만 이때도 대지에 대해서는 하지 못했다.

조합을 대리한 법무법인 소망의 오승원 변호사는 "그동안 등기가 안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취급하려 하지 않고 은행 담보도 안됐다"며 "국내 아파트 관련 분쟁에서 이렇게 장기간 재산권이 제약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조합과 비대위의 분쟁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합은 2004년 6월 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한 다음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으면서 비대위 주민이 낸 분양신청서 등기우편 수취를 거부하고 이들을 제외한 채 동 · 호수 추첨을 한 것.비대위는 "조합이 재건축사업에 우호적이던 조합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층 · 향의 아파트를 배정해 비대위 측 사람들은 동향에 저층의 작은 평형 등을 분양받았다"고 반발했다. 이후 비대위는 동 · 호수 추첨이 불법이라는 소송을 냈고,대법원에서 2006년 승소 확정판결도 받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조합이 동 · 호수 재추첨을 하지 않자 비대위는 다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에는 조합이 이겼다. 법원은 지난해 9월 "동 · 호수 추첨이 잘못됐다면(이를 다시 할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하므로 추첨 잘못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판결했고,2심에서도 이 판결이 유지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만약 대법원이 비대위 주장을 받아들이면 해청아파트는 입주 후 5년 만에 동 · 호수 재추첨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 조합원들은 2007년 3월 입주한 뒤 수천만원대의 취득 · 등록세와 재산세를 이미 납부했다. 또 수천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하거나 아파트를 전 · 월세로 준 조합원도 상당수다. 오 변호사는 "비대위 주민들의 소송 자격에 결격이 있다는 점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가처분(假處分)

법원의 재판으로 어떤 행위나 금지를 임시로 요구하는 것.본안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그 기간 동안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해관계자는 재판을 청구하기 전이나 재판 청구와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