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 금 가격이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에 폭락했다.

26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2시30분 현재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은 온스당 1609.40달러로 전날보다 30.40달러(1.85%)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 기록인 1900.23달러(지난 5일)보다 15.3% 떨어진 수준이다.

금값 하락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 가격은 지난 22일 미 연방준비제도(FRB)가 추가 경기부양책에 관해 밝히며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경기전망에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한 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미국 3대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 웰스파고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도 금값 하락을 이끌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상승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지표와 함께 가격이 하락하며 "금이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상재 현대증권 부장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강해지며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매도하고 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도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가 퍼졌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유로존 채무위기에 대한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금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령 우리선물 애널리스트 또한 "안전자산은 글로벌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지만 최근 증시가 폭락할 때 금값도 같이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이 금을 팔아 주식 투자 손실분을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결국 투자자들이 다시 금에 몰릴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현재의 금 매도 현상은 차익실현 움직임일 뿐이라는 것.

이승재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일시적으로 금값이 조종됐지만 다시 상승했다"며 "현금은 다시 금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스당 1600달러선이 깨질 수 있지만 연말까지 1800달러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값은 지난 22일 3.75g당 26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26일 사흘만에 2만2000원 급락한 24만2000원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