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 · 반월 · 시화산업단지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산업단지다. 입주 기업이 2만개가 넘고 근로자는 30만명에 이른다. 요즘 이곳의 하늘은 쾌청하다. 하지만 때때로 진한 먹구름이 몰려온다. 이 먹구름이 요즘 이곳의 경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고 걱정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공장 매물 속속 나와

건실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시화산업단지의 L사장은 지난 봄 인근 공장을 하나 샀다. 시설을 늘릴 필요성도 있었지만 친하게 지내던 한 기업인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공장을 사달라고 간청한 데 따른 것이다. L사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공장을 사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2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공장을 두세 개씩 갖고 있는 기업인들이 이 중 한두 개를 팔려고 서둘러 내놓는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파는 게 정상이지만 자칫 회사 이름이 알려지면 신용도가 추락할까봐 재력 있는 기업인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반월이나 시화산업단지에서 나도는 공장 매물은 대부분 1650~3300㎡(500~1000평) 규모의 중형이다. 인천 우일부동산의 손환성 대표는 "파는 쪽이 시세를 고집하는 경우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제값을 주고 공장을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동률 떨어지고 야근 사라지고

금속 부품을 수출하는 남동공단 A사의 경우 요즘 수출 대책회의를 자주 갖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더가 줄고 있어서다. 1주일에 사나흘 정도 야근하던 이 회사는 요즘 야근을 없앴다. 이 회사의 K대표는 "아직 연말까지 작업물량은 확보돼 있지만 지금처럼 오더가 줄면 내년 초부터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반월염색단지도 마찬가지다. 임재호 반월염색조합 전무는 "반월염색단지의 입주기업 70여개의 연간 매출액은 1조8000억원에 이르며 이 중 약 70%를 수출에서 일궈낸다"며 "최근 오더가 줄면서 야근과 휴일 특근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단지 내 업종별 가동률을 보면 면직물은 지난 상반기 평균 95.3%에서 8월 87.0%로 8.3%포인트,니트는 100% 완전가동에서 82.2%로 뚝 떨어졌다. 염색업체 K사장은 "이달 들어 가동률이 더 떨어졌다"고 전했다.

남동 · 반월 · 시화지역 중소기업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 건자재 가구 목재관련업체 가동률은 60~70%대에 머물고 있다. 시화산업단지 내 맛집으로 알려진 청송식당의 이미선 씨는 "야근이 줄면서 주중 저녁 손님이 상반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내년이 더 큰 문제

중소기업인들은 내년 이후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천벤처기업협회장인 유명호 유니락 대표는 "환율과 경기 등 모든 게 불확실해 설비 확장이나 채용 등의 의사결정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배상필 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장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극대화하고 아프리카 ·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