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돈을 줬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대가성을 부인하는 데다 의혹 제기 외에 이렇다 할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6일 신 전 차관 의혹 수사에 대해 "더 나아갈 수가 없는 상태"라며 "수사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전 차관을 부를 계획이 없고 이 회장을 다시 부르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지난 23일 이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신 전 차관 등 전직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경위 등을 물었다.

이 회장은 소환조사에서 금품 제공에 있어 청탁이 없었고 신 전 차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공여자 자백이 가장 중요한 뇌물,알선수뢰 같은 사건의 특성상 이 회장의 진술이 있는 만큼 검찰이 적극적으로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SLS조선의 전신인 신아조선의 분식회계 등 불법 의혹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신아조선이 피인수 전 17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후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일부를 정 · 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한편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구시당 간담회에서 "신 전 차관이 대통령 선거 전후에 미국을 서너 차례 갔다왔고 이때 이 회장 회사의 해외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과 몇 번 전화를 하고 어제 만났다. 대선 전후에 10억원 정도를 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회장이) 자기도 떨려서 얘기를 못하지만 완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밝혀지면 이명박 정권은 흔들흔들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