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소시스가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싱 공급업체의 신뢰도를 철저하게 검증한 덕분이죠.이 분야는 5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업의 생명이 짧습니다. "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중개기업 글로벌소시스의 창업자 멀 힌리치 회장(70 · 사진)은 '장수경영'의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 22일 한국지사 설립 40주년 기념행사를 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아시아 전자 상거래의 제왕'이라고 칭했던 인물이다.

그가 창업한 글로벌소시스는 바이어들에게 구매 정보(공급업체명 · 제품설명 및 사진 · 연락처 등)가 담긴 미디어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 B2B 미디어기업이다. 홍콩에 본사를 뒀고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14개의 온라인 장터,13개의 월간지,18개의 전자잡지 등을 운영 · 발간하며 연간 70여회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한국기업 중에선 경진일렉트론,쓰리세븐,코콤 등이 글로벌소시스의 우수 공급업체다.

힌리치 회장은 소싱 제품이 국제규격에 맞는지,바이어가 요구하는 품질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등 공급업체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일을 경영 제1의 원칙으로 삼았다. 바이어들이 겪을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공급업체는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바이어는 지불하지 않지만 바이어를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토록 검증에 목을 매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신뢰받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즉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실하면 그 정보를 주는 미디어도 신뢰를 잃게 되고 바이어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기업가는 없죠.하지만 당장 매출을 올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이를 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소싱 공급업체 회원을 무분별하게 받게 되는 게 바이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거짓 정보를 올리는 공급업체가 많아 자칫 홍역을 치르기 쉽습니다. "

세계 240개국의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공급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글로벌소시스는 지난 15일 한국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전자잡지 '월간 코리아프로덕트' 창간호를 발행했다. 세계가 불황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상품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가들을 존경한다"는 힌리치 회장은 한국 상품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탄탄한 브랜드 파워와 영업망이 한국 기업이 가진 강점"이라며 "세계 어느 곳에 가도 한국 기업의 제품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에서 경영학 · 수학을 전공한뒤 선더버드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국제무역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인의 습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기업이 혁신성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다고요? 한국인들의 그런 '걱정하는 습관'이 지금의 경제대국 한국을 만든 겁니다. 낙관만 해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적당한 걱정은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 있게 해주죠."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